[위클리오늘신문사] 파업 시계가 다가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둘러싼 노조의 파업 논쟁이 ‘성과급’에서 ‘국가 경제’ 개념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상한을 없애라고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반면 회사와 학계, 주주, 협력업계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의 크기보다 더 치명적인 ‘신뢰 붕괴’와 ‘공급망 이탈’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논쟁의 무대는 반도체 생산의 심장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다. 이곳은 단일 라인만으로도 수만 명의 직간접 고용과 수천 개 협력사가 얽혀 있는 산업 생태계의 허브다.
공정 특성상 웨이퍼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가역적으로 손상되고, 클린룸과 안전보호시설은 쟁의와 무관하게 유지돼야 한다. 생산 차질은 ‘며칠 손해’로 끝나지 않고, 고객 납기·품질 신뢰와 직결된다.
평택캠퍼스 집결한 삼성전자 노조2026.04.23
최근 세미나에서 송헌재 교수(서울시립대)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하루 1조원 수준의 손실, 누적 수십조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더 큰 위험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라고 짚었다.
고객 불안, 거래선 이탈, 투자 지연, 인재 유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같은 후폭풍이 장기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진단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TSMC 등 대체 공급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이 경고가 과장이 아닌 이유는, 지금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한복판이기 때문이다. NVIDIA, Intel, TSMC가 공정·물량·고객을 놓고 초단위 경쟁을 벌이는 시기다. 반도체는 한 번 공정 검증이 이뤄진 공급선을 바꾸기 어렵지만, 반대로 한 번 이탈하면 되돌리기도 극히 어렵다. ‘잠깐의 차질’이 ‘영구적 시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삼성은 이런 상황에서도 상반기 GSAT를 실시하며 ‘5년간 6만 명 채용’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70년 가까이 유지해온 공채 전통을 이어가며 청년 고용의 버팀목 역할을 자임한다. 그러나 파업이 현실화돼 실적과 투자 여력이 흔들리면, 이 고용 계획 역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투자와 채용은 결국 현금흐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쟁점의 출발은 성과급의 ‘상한’과 ‘투명성’이다. 노조는 기여에 비해 보상이 제한돼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와 주주 측은 성과급이 임금이 아닌 경영 성과의 배분이며, 과도한 고정화는 미래 투자 여력을 잠식한다고 맞선다. 최근 법원 판단으로 성과 인센티브의 임금성이 부정된 점도 논쟁에 불을 지폈다. 같은 제도를 두고 ‘정당한 몫’과 ‘지속 가능성’이 충돌한다.
해법으로는 성과보상 기준의 공개, ROIC·TSR·EVA 같은 객관 지표 연동, 이익 구간별 차등 배분, 상한·하한·환수 장치, 외부 검증과 쿨링오프 제도 등이 제시된다. 감정과 구호가 아닌, 수치와 공식으로 신뢰를 복원하자는 제안이다. 노사가 모두 파업이 공멸임을 알면서도 강경으로 치닫는 ‘힉스 패러독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안이 유독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천 개 소부장 기업, 수만 명의 일자리, 지역 상권과 직결된 플랫폼 기업이다. 이 축이 흔들리면 충격은 연쇄적으로 확산된다.
성과의 배분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전제는 성과가 지속되는 구조다. 지금의 갈등이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싸움에 머물 경우, 정작 모두가 의존하는 ‘파이를 키우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AI 반도체 초호황의 한복판에서, 한국 산업의 심장이 멈추는 선택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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