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형성되면서 농촌지역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농업에도 필수인 막대한 양의 전력과 용수가 필요하다. 이를 두고 반도체산업과 농업이 경쟁한다면 그 피해는 농업부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말 착공 예정인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는 1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위원회를 열고 모두 99개 전력망 구축사업을 확정했다.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100여개 시민사회·농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력망 확충 과정에서 주민 건강권과 재산권이 침해되는 데다 전력 생산을 담당하는 지방은 소멸 위기가 심화하고, 그 혜택은 수도권에만 집중될 수 있어서다.
용수문제도 상당히 심각하다. 반도체공장엔 하루 수십만t의 물이 소요된다. 실제로 한 반도체기업은 용인 산업단지의 용수 확보를 위해 경기 여주 인근 남한강에서 하루 물 26만5000t을 끌어오기로 해 논란을 빚었다. 지역쌀 구매 등을 조건으로 표면적인 갈등은 봉합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공장의 처리수 배출도 갈등 요소다. 처리수가 저수지나 농지로 흘러든다면 총유기탄소(TOC) 증가 등으로 친환경농업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산업단지 추진 과정에서 농업부문의 피해 최소화를 넘어 농업과의 상생을 전제로 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력망 확충 과정에서 주민 보호는 물론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이 아무리 중요해도 농업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된다. 반도체는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산업이지만 식량안보를 담당하는 농업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않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포했던 게 현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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