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관심사였던 삼성전자가 파업이라는 파국은 피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조합 행태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적잖다. 우리나라 노조는 주로 기업별 노조 중심의 구조적 한계와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기득권화로 인해 양극화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강성 노조는 실리나 타협보다는 정치적 투쟁이나 강경한 쟁의행위를 앞세워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대기업 및 정규직 노조가 임금 및 복지 인상을 주도하면서, 중소기업·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협상과 타협보다는 파업 등 단체행동권을 무기로 삼아 생산 차질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파업 과정에서 조합원 간의 '노노(勞勞)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노조를 보자. 무엇보다 눈앞 이익만 볼 뿐 미래 대비에 어둡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 이를 고려한 투자와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업황 둔화 시 미래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음은 불 보듯 훤하다.
물론 현재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맞물려 반도체 사이클은 2027년 상반기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AI 기술의 수익화 실현 여부에 따라 사이클 지속성이 결정되는 변곡점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삼성전자의 직전 반도체(DS) 부문 사장을 지낸 경계현 상근 고문이 내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업계에 선제 대응을 주문한 게 뒷받침하고 있다. 경 고문은 중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CAPA)을 확장하고 있음을 환기시키며 메모리 공급이 급증하는 내년 하반기나 2028년 상반기부터 시장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봐 주목된다.
한국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도로 빅테크의 메모리 수요 폭증에 수혜를 입어 유례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초호황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우리 반도체 현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D램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시장에선 1.5%에 불과하고 대만과 달리 풀스택(완결형) 반도체 생태계가 취약하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중동 지역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지역으로 국제 유가와 물류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국제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국내 제조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 그 결과, AI 투자 경쟁을 주도하던 빅테크 기업들 역시 수익성 악화와 투자 부담 증가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이 딥 테크(첨단 기술) 기반 제조 국가로 도약해야만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는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 제조업은 수십조 원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이 선행돼야 영업이익이 발생한다. 영업이익은 단순히 노동자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과감한 투자 결정, 주주의 협력, 거시경제 및 환율 변동, 글로벌 시장 상황 등 외부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성격이 크다.
한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노동조합의 '영업이익 N% 지급' 요구는 사이클 산업의 특수성 무시, 천문학적 자본 투자에 대한 기여도 왜곡, 사업부 간 심각한 형평성 훼손, 그리고 주주 이익 침해 및 미래 경쟁력 약화 등의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다.
영업이익은 본래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회계 개념이며, 이를 처분하는 것은 주주의 몫인 '배당 가능 이익'과 직결된다. 단체협약 등을 통해 임의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사전 배분하게 하는 것은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고 주주와 회사의 이익 처분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당장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잖은가. 노조는 회사와 직원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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