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한국은 출발조차 제대로 못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 미국과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로보택시 수천 대가 운전대 없이 도로를 누비며 주행 데이터를 쌓고 있다. 반면 자율주행 강국을 외치는 한국은 서울 강남지역 한 곳에서 고작 19대가 운행한다. 그마저 밤 10시 이후에만 주행이 가능하고 안전요원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무인택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 축적이다.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달리며 학습했느냐가 기술의 완성도와 안전성을 결정짓는다. 구글 웨이모는 3억5000만㎞, 중국 바이두 아폴로고는 2억4000만㎞의 누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의 글로벌 누적 주행거리는 지난 5월 160억㎞를 넘어섰다. 2025년 말 기준 한국 자율주행 기업의 누적 주행거리는 1306만㎞에 그친다. 테슬라 주행거리가 한국의 1200배에 달하는 셈이다. 운행 차량 대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기술 격차가 좁혀질 리 없다.
정부는 그제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에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실증 및 상용화 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현재 광주 한 곳인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내년부터 네 곳 이상으로 늘리고 실증차량도 올해 200대에서 15배 많은 최대 30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멀찍이 앞서 달리는 미국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판을 확 키워도 부족한데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 목표인 2027년 레벨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촘촘한 규제다. 심야 시간대 정해진 노선만 운행하는 것은 안전 우려 때문이다. 일단 허용한 후 문제를 보완하는 미국 중국과 대조적이다. 일정 지역에서 정해진 경로만 달려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쌓기 어렵다. 미국 중국은 자율주행차에 별도 상용 면허를 부여하지만 한국은 택시업계 반발로 상용화 면허 체계조차 확립하지 못했다. 업계의 발목을 잡은 원본 영상정보 활용 규제도 최근에야 풀렸다.
피지컬AI 시대의 승부처인 자율주행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국가 총력전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자율주행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법·제도를 정비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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