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LH 수장 선임 다시 무산 논란
KRX도 잡음…신속·공정한 임명을
기술보증기금 부산 본사 전경. 국제신문DB
부산에 본사를 둔 정부 공공기관인 기술보증기금(기보)의 수장 선임이 또 파행으로 치달았다. 기보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 3월께 1차 후보군 3명을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했으나 최종 관문인 대통령 임명 재가를 받지 못해 관련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애초 기보는 김종호 현 이사장 임기 종료 시기(2024년 11월)에 맞춰 공모를 진행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중단됐고, 1년 뒤인 작년 12월 재개했으나 반년만에 백지화 사태가 반복된 것이다. 김 이사장이 1년 반째 유임 상태로 기보를 이끌다 보니 조직 운영에 동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곧 그만 둘 수장이 조직 혁신을 진두지휘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기보가 이르면 이번 주 중 이사장 선임 공모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나 통상 절차에 2, 3개월은 걸리고, 후보군이 추천된다 해도 또 정부가 파투를 낼지 알 수 없는 일이어서 우려를 키운다.
경남 진주에 본사가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사장 선임 절차가 무산돼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한다. LH는 이한준 전 사장이 작년 10월 사퇴한 이후 한 차례 선임 절차를 진행했으나 최근 임명이 무산됐다. 추천된 후보 3명이 모두 LH 내부 출신 인사라는 게 정부의 임명 거부 이유다. LH 측은 재공모 절차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지만 기약이 없다. LH는 이 전 사장 사임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부사장도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했고, 현재는 본부장급이 업무를 총괄하는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7개월째 표류 중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장 공백 사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들 기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기보는 기술력은 좋으나 담보가 부족한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 공공기관이다. AI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전면 재편되는 지금, 잠재력 강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지원해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겠다. LH도 재정 악화와 사업구조 재편 등 고강도 개혁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거듭 무산되자 일각에서는 내정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6·3 지방선거 이후 낙선자를 위한 ‘보은 인사’용 자리 비워두기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부는 정치적 코드인사를 배격하고 현장형 전문가를 인선, 뒷말을 잠재워야 한다.
금융기관에선 인사 진행과 관련한 잡음도 나온다. 한국거래소(KRX) 차기 파생상품시장본부장(상임이사직)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 선임되자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한다. 금융당국 출신이 피감독기관 고위직으로 오는 건 이해충돌이자 불공정 재취업이라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짬짜미 자리 나눠먹기’로는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KRX와 금융당국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사가 만사여야지 망사가 돼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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