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한 치아, 교정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지명관 조선대치과병원 소아치과학교실 교수
2026년 09월 02일(수) 19:35
소아치과 진료실에서 부모님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단연 “우리 아이 치아가 가지런하지 않은데, 교정은 언제 시작해야 하나요?”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획일적인 교정의 시기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치과의사로서 반드시 이른 시기에 조기 교정(1차 교정)을 권장하는 특수한 상황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몇 가지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치아가 거꾸로 물리는 ‘반대교합’과 ‘위턱의 열성장’이다.
정상적인 교합은 윗니가 아랫니를 살짝 덮어야 하지만 반대로 아랫니가 윗니를 덮는 반대교합의 경우 조기 개입이 필수적이다. 반대교합의 경우 반드시 이른 교정이 필요하나 아래턱 성장이 과도한 골격성 반대교합은 턱뼈 성장이 끝날 때까지 예후를 장담하기 까다롭다. 반면 위턱(상악)의 성장이 부족한 ‘위턱 열성장’으로 인한 반대교합이라면 적절한 시기에 치과의사가 개입하면 위턱의 성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맹출 경로를 벗어난 ‘매복치’ 및 정상 치아의 심한 위치 변화이다.
치아가 다른 장애물에 가로막히거나 원래 나와야 할 길을 벗어나 잇몸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매복’이라고 한다. 주로 불필요한 치아가 더 있는 ‘과잉치’나 턱뼈 내의 종양, 낭종(물혹) 등에 의해 정상 치아가 맹출하지 못하고 위치가 심하게 틀어지는 경우 지체 없는 간섭이 필요하다. 매복치는 치아를 제자리로 끌어당기는(견인) 이상적인 시기가 존재한다.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치아를 살리기 어려울 수 있으며 설령 치료가 가능하더라도 치아 이동에 막대한 시간이 소모되어 환아와 보호자 모두 지치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증상이 없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여건이 된다면 6개월에 한 번) 소아치과 정기검진 시 전체적인 치아 발육과 맹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사선 사진을 촬영할 것을 강하게 권장한다.
셋째, 잇몸(치은) 퇴축 또는 구개(입천장)쪽 통증을 유발하는 심한 교합 이상이다.
아래턱 앞니 뿌리 쪽의 잇몸 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치은 퇴축’ 현상은 소아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주로 특정 치아만 반대로 물리면서 발생하는 과도한 씹는 힘이나 측면으로 가해지는 힘(교합성 외상)이 치주 조직과 잇몸뼈에 지속적인 손상을 주어 발생한다. 이렇게 잇몸이 퇴축되는 경우 원인이 되는 교합을 정상으로 개선해 주면 잇몸 조직이 다시 회복될 수도 있지만 영구적인 치은 퇴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잇몸에 외상이 가해지는 부정교합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치아를 이동시켜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아래 앞니가 입천장의 연조직을 손상시킬 정도의 깊게 무는 골격성 부정교합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이른 교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넷째, 아이 본인의 교정 치료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할 때이다.
일반적으로 소아 환자들은 치과 치료 자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정을 미루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간혹 삐뚤빼뚤한 치열이나 튀어나온 앞니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외모에 대한 빠른 개선을 환아 스스로 간절히 원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위 앞니가 심하게 튀어나온(상악 전치 전돌) 환아의 경우 정밀 진단을 통해 영구치를 발치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환아의 정서적 안정과 니즈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른 시기에 1차 교정을 진행하여 아이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는 것 또한 소아치과 의사의 중요한 의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우리 아이의 적절한 교정 시기는 눈에 보이는 치열뿐만 아니라 구강 내 숨겨진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결정된다. ‘영구치가 다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주변의 말만 믿기보다는 소아치과 전문의와의 정기적인 검진과 상담을 통해 우리 아이에게 당장 차단이 필요한 문제는 없는지 정확한 나침반을 얻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지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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