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축구대표팀 ‘모레노호’가 출범 두 번째 경기 만에 지향하는 전방 압박의 약점을 노출, 안방에서 우루과이에 무려 4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등 수비진이 붕괴하면서 1-4 대패했다. 이강인의 택배 크로스에 이은 손흥민의 만회골로 무득점 패배를 피한 게 다행이었다.
지난 24일 수원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데뷔전 겸 9~10월 A매치 4연전 첫판에서 3-0 대승한 모레노 감독은 우루과이에 혼쭐이 나며 첫 패배를 안았다. 모레노호는 내달 2일 울산문수경기장으로 옮겨 베네수엘라와 세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모레노 감독은 플랜A인 4-4-2 포메이션을 다시 들고 나왔다. 에콰도르전에서 선제 결승골과 추가골을 각각 책임진 손흥민과 오현규를 변함없이 투톱에 놨다. 2선은 황희찬, 이재성, 김봉수, 이강인으로 꾸렸다. 포백은 이태석, 김민재, 이한범, 설영우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에콰도르전에 선발로 뛴 송민규, 정승원, 박진섭, 조현택은 이날 벤치에서 출발했다. 황인범과 백승호, 송범근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우루과이는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사퇴했다. 자국 축구의 리빙 레전드이자 20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인 디에고 포를란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고 방한했다. 그는 직전 일본과 원정 평가전에서 1-3 패배한 가운데 이날 승리 의지를 품고 가용 가능한 최정예를 내세웠다. 다윈 누녜스를 최전방에 둔 가운데 2선에 막시밀리아노 아라우호,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 브리안 로드리게스를 포진했다. 허리는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동료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루카스 토레이라가 지켰다.
한국은 초반부터 우루과이에 고전했다. 에콰도르전처럼 모레노 감독이 지향하는 전방 압박을 필두로 초반 강하게 나서고자 했으나 우루과이 역시 수비 간격을 정교하게 유지하면서 한국의 공세를 제어, 위협적인 침투 패스로 맞섰다. 전반 2분 우루과이 오른쪽 측면에서 나온 긴 패스 때 왼쪽 수비수 호아킨 피케레스가 재빠르게 공격에 가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슛하며 예열했다.
우루과이는 갈수록 조직적인 방어로 한국의 패스 실수를 유발했다. 중원에서는 유연한 볼 제어와 개인 전술로 한국 수비 뒷공간을 흔들었다. 전반 7분 로드리게스가 오른발 슛으로 다시 한국을 두드렸다.
움츠리던 한국은 전반 11분 ‘테크니션’ 이강인이 특유의 중앙 지향적 돌파에 이어 좁은 공간에서 번뜩이는 뒷공간 패스를 건넸다. 오현규가 수비진과 힘겨루기를 이겨낸 뒤 슛을 시도했는데 수비 블록에 걸렸다. 그러나 1분 뒤 한국은 이강인이 재차 왼발 슛을 때리는 등 조금씩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러나 기어코 우루과이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13분 수비 지역에서 이한범이 태클로 저지한 공이 우루과이에 흘렀다. 아라스카에타가 재빠르게 뒷공간으로 뛰어든 누녜스에게 전진 패스했다. 그가 골대 왼쪽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로 구석을 갈랐다.
한국은 동점골 사냥을 두고 반격했지만 우루과이는 갈수록 높은 수준의 공수 조직력을 뽐냈다. 특히 공격으로 돌아설 때 누녜스가 한국 센터백 사이 공간을 파고들며 김민재를 끌어낸 뒤 2선 공격수의 침투를 도왔다. 전반 27분 추가골의 디딤돌이 됐다. 후방 침투 패스 때 누녜스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지켜냈다. 아라우호가 재차 가운데로 달려든 아라스카에타에게 내줬다. 그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이후 손흥민의 왼발 슛 등으로 받아쳤으나 유효 슛을 좀처럼 해내지 못했다. 우루과이의 견고한 방어망, 빌드업에 어려워했다.
오히려 전반 43분 세 번째 골까지 내줬다. 우루과이가 오른쪽 측면에서 번뜩이는 연계 플레이로 한국 수비 뒷공간을 손쉽게 허물었다. 상대 왼쪽 풀백 길레르모 바렐라가 공을 따내 40여m 단독드리블했고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모레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황희찬과 김봉수, 이태석, 김민재 빼고 박진섭, 조현택, 김민수, 김태현을 각각 투입했다.
교체 투입 효과는 초반 번뜩였다. 특히 왼쪽 윙포워드로 나선 ‘유럽파 신예’ 김민수가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후반 3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슛으로 한국의 첫 유효 슛을 만들더니 1분 뒤엔 오현규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내줬다. 그러나 오현규의 오른발 슛을 우루과이 골키퍼가 잡아냈다.
그러나 한국은 우루과이 수비 실수를 유발하면서 공격 기조를 지속했다. 후반 6분 이강인, 후반 13분 김민수가 연이어 오른발 슛을 때렸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강했다. 공세를 막아낸 뒤 다시 뒷공간을 노렸다. 특히 한국이 중앙 지역에서 압박하는 걸 역이용, 풀백의 전진을 통해 기회를 엿봤다. 후반 16분 오른쪽 풀백 길레르모 바렐라가 조현택이 전진한 뒷공간을 파고들어 크로스했다. 아라우호가 골대 정면에서 헤더 슛했는데 공이 골문을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다시 공세를 펼치고자 했는데 똑같은 장면을 통해 결국 네 번째 골을 허용했다. 다시 바렐라가 오른쪽 뒷공간을 공략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크로스한 공을 누녜스가 노마크 헤더로 연결해 득점했다.
당황한 한국 수비는 크게 흔들렸다. 후반 21분 골키퍼 김승규가 전진패스 실수를 저질렀다. 아라우호게 낚아채 일대일 상황에서 슛을 시도했는데 김승규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우루과이는 4골 차 리드에도 강한 투쟁심을 바탕으로 한국의 공세를 제어했다.
모레노 감독은 후반 27분 이재성과 오현규, 설영우를 빼고 최준, 오세훈, 박태준을 각각 내보내며 끝까지 반격했다.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한국은 후반 35분 이강인의 발끝에서 마침내 만회골에 성공했다. 그는 오른쪽 측면에서 골대 부근으로 낮게 왼발로 크로스했다. 이때 손흥민이 달려들며 오른발을 갖다 대 골문을 갈랐다.
손흥민은 A매치 2경기 연속골이자 통산 58번째 골을 기록,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A매치 최다골(58골) 타이 기록을 썼다. 그러나 팀이 크게 뒤진 상황이었던 만큼 기쁨의 세리머니는 없었다.
결국 한국은 더는 우루과이에 반격하지 못했다. 안방에서 대량 실점하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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