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사측과 갈등을 겪던 카카오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서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 본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법인은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 그룹 전체의 단체행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개 법인 파업 찬반투표 가결…27일 조정절차 '분수령'
전국화학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0일 정오께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였다. 결의대회에는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노조 조합원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성의 카카오지회 부지회장은 "이날 오전11시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5개 법인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는 일주일간 진행됐으며 각 법인별 찬반비율과 투표참여 인원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이미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진 4개 법인은 당장 파업에 돌입할 수 있으며 이달 27일로 조정기일이 연장된 카카오 본사 노조도 조정이 불발될 경우 파업이 가능하다.
5개 법인 카카오 노조는 이달 7일 사측과의 임금협약이 결렬됐음을 밝히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페이는 14일과 15일 교섭 조정 절차를 중단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또 디케이테크인과 엑스엘게임즈도 각각 18일에 쟁의권을 획득했다.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카카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노조원 600여명이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카카오 노조는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어 아직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카카오 노사는 18일 열린 조정절차에서 6시간 가까이 토론한 결과 조정기일을 이달 27일로 연장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현행법상 일반사업의 노동위 조정기간은 원칙적으로 신청 접수 이후 10일 이내다. 다만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최대 1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차 조정기일은 이달 27일 오후3시에 열릴 예정이다.
노동위 조정은 노사 간 자율교섭이 결렬될 경우 제3자인 노동위가 개입해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다. 조정에 실패하면 노조는 찬반투표 등을 거쳐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조정 중지는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조정을 종료하는 절차다.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카카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파업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카카오 노조는 2024년에도 단체협약 교섭 결렬로 조정 신청에 나섰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핵심 쟁점 '보상체계 투명성'
이번 결의대회에서 카카오 노조는 4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는 △경영쇄신 및 책임경영 △고용안정과 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보상과 이익분배 △보편적 노동환경과 복지체계 구축 등이 골자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약 교섭과는 별개지만 결국 공동요구안 역시 카카오의 제대로 된 경영환경 구축을 촉구하는 문제로 수렴된다"며 "공동요구안은 조합원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한 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규모와 직무, 임금 수준은 달라도 불안과 책임은 언제나 노동자들에게 먼저 전가됐다"며 "단체행동은 수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협의를 요청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파업 돌입 시점이나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박 부지회장은 "쟁의 찬반투표 가결이 반드시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의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짜겠다"고 설명했다.
노사 간 교섭 결렬에는 성과급을 포함한 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이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섭에서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투입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노조의 요구안을 지난해 카카오 영업이익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3~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사측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연구개발(R&D)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재원 할당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인 성과급 요구'에 대해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체계는 교섭과정에서 논의된 여러 방안 중 하나였으며 회사가 먼저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성과급 규모보다는 보상기준의 투명성, 성과배분 구조, 장기근속 보상 등 전반적인 보상체계 개선이 핵심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18일 노사가 조정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만큼 남은 기간에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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