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뼈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올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 또는 투자용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왜 세금을 깎아줘야 하느냐”고 밝힌 이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차등 과세 방안이 본격적으로 수립됐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에 밀려 올해 종부세 차등 방안이 상당 부분 후퇴한 데 이어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6명 가운데 5명이 비거주 1주택 또는 ‘영끌 빚투’ 등으로 자산을 형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책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 처음으로 16억 원 선까지 돌파하면서 이대로 가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13일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은 이 같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서 주목받고 있다. 이 후보자는 “장기간 실거주하지 않은 재건축 주택 보유를 투기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재건축 주택은 정비사업 과정에서 거주가 어려운 시기가 발생할 수 있어 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투기 수요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이번 정부가 잠재적 투기세력으로 지목한 비거주 1주택자다. 그는 2009년 경기 과천의 한 아파트를 4억 2000만 원에 매입해 17년째 보유하고 있으나 실제 거주한 기간은 두 차례 4개월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실제로 거주하지는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철거가 진행된 이 아파트의 시세는 2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부동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동력이 약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재건축 주택에 한해서’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일반 주택에는 개인마다 더 많은 사정과 예외가 존재한다”며 “같은 서울 안에서 교육이나 봉양 때문에 이사를 했다고 징벌적 과세를 물리면서 재건축 비거주는 원칙적으로 투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발언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역시 부총리 지명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성”이지만 “국회에서 구체적 논의가 있다면 필요한 경우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비거주 사유를 더 폭넓게 인정해주는 완화 조치가 우선 거론된다.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에서는 1주택자가 1년 이상 거주하다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질병 치료,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사유로 다른 시·군에 거주할 경우 최장 3년까지 비거주 기간을 거주로 인정해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같은 시·군 내 이주를 인정 사유로 인정해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9년까지 가파르게 적용되는 비거주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삭감 시기를 유예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장특공제는 1주택자에 대해 매년 8%(보유 4%, 거주 4%)씩 최대 80%의 양도차익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는 2029년까지 아예 폐지하고 거주 시에만 연 8%씩 최대 10억 원만 공제해주겠다는 계획이다. 장기간 임대주택으로 활용한 주택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를 일부 인정하는 등 예외·특례를 두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언급된다. 특히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등록한 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 의무 기간 때문에 실제 거주가 어려운 만큼 이들에 대한 장특공제 불이익을 완화해 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에게 설정된 12억 원 공제 한도를 실거주1주택자와 같이 14억 원으로 상향해주는 방안은 청와대 내부에서 반대 기류가 강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거주 차등과세 원칙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설명이다.
한편 정부 제출안대로 종부세가 확정될 경우 고가 비거주 1주택자의 세부담이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30억 원(시가 약 43억 원)인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산출세액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774만 7000원 수준에서 내년 1203만 8000원으로 429만 1000원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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