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코스피·코스닥 모두 5% 넘게 급락
코스피 하락 주도한 삼전닉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현황판에 5일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미국 중간선거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전 거래일 대비 5% 넘게 급락한 5383.80(-5.28%), 678.41(-5.11%)로 각각 마감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반도체주 중심 변동성 확대…전문가 “단기적 영향 그칠 듯”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다음날인 5일 국내 증시가 5% 넘게 급락하며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달성하는 ‘블루 쓰나미’ 여파로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와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300포인트(5.28%) 내린 5383.8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전장에 비해 36.54포인트(5.11%) 내린 678.41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는 나란히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이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건 대형 반도체주였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7.57% 내린 20만1500원에, SK하이닉스는 9.46% 내린 12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19만9800원까지 떨어지며 20만원 선을 밑돌기도 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4242억원 순매도하며 5거래일째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2조2721억원, 기관은 8456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떠받쳤다.
특히 ‘블루 쓰나미’의 영향은 한·미 증시에서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증시는 4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종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는 3.03% 상승하며 1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S&P500 지수는 1.58%, 나스닥 지수는 1.44% 상승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는 엔비디아(-3.17%), 마이크론(-7%) 등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블루 쓰나미’에 파랗게 질린 증시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이를 압도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AI 밸류체인’ 전반이 급락하며 지수 낙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이번 조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AI 산업의 성장세 자체를 꺾기보다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된다.
양일우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기존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지연시키기보다는 세제 혜택 축소나 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AI 산업 성장 동력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어서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루 쓰나미’가 길게 보면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쟁 예산·군사작전 관련 의회 견제 강화에 따른 휴전 기대감이 커져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다 추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제약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증시 조정을 주도했던 AI 투자수익률과 자금조달 비용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는 요인”이라며 “블루 웨이브가 유가, 금리 등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증시에 ‘중립’ 이상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점검에 나섰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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