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피해 지원하는 ‘롤링주빌리’ 유순덕 이사 인터뷰
1인당 평균 17건 ‘돌려막기’…무너진 것은 돈이 아니라 ‘일상’
“피해자 무지 아닌 절박함의 산물…집행공백이 시장 키웠다”
지난 수십여년 간 불법사금융은 죽지 않았다. 다만 늘 새 얼굴을 골라 살아남았을 뿐이다. 전단지와 명함 탈을 쓴 불법사금융은 문자와 인터넷 광고를 거쳐, 이제 메신저와 익명 계정의 얼굴로 숨어들었다. 시장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절박함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가장 비싼 값으로 거래한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는 불법사금융과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범정부 TF를 꾸리고, 수사·금융·통신 당국과 지자체까지 묶어 계좌 차단, 원스톱 피해구제, 채무자대리인 지원, 예방대출 확대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말 그대로 선언의 단계를 넘어 제도가 실제 현장에 닿을 수 있느냐를 가르는 과도기의 초입에 서 있다.
본보는 <불사금의 뿌리> 기획을 통해 한국 불법사금융의 뿌리와 변신, 피해자들이 그 문 앞까지 밀려나는 구조, 그 주변에 붙어 자란 또 다른 시장, 그리고 국가의 대응이 어디까지 닿고 있는지를 차례로 추적한다. 아울러 불법사금융은 왜 시들지 않았는지, 이번 전면전이 과연 시장의 뿌리까지 흔들 수 있을지 묻는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대체로 냉담하다. “위험한 줄 알면서 왜 그런 돈을 빌렸느냐”는 훈계조의 말이 먼저 따라붙는다. 하지만 10년 넘게 채무 상담 현장을 지켜온 롤링주빌리 유순덕 이사의 시선은 다르다.
롤링주빌리는 장기·악성채무 문제 해결과 채무자 회복 지원에 힘써온 비영리단체다. 이른바 ‘주빌리은행’으로 불리며 알려진 시민사회의 채무 탕감 운동과도 맞닿아 있는 조직으로, 빚에 짓눌린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 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왔다.
유 이사의 눈에 불법사금융은 개인의 실수로 벌어진 돌발적 사고가 아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마지막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막다른 골목에 가깝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다 압니다. 하지만 오늘을 버틸 수 없기에 내일을 가불하는 겁니다”
유 이사가 상담 현장에서 반복해 마주한 얼굴은 ‘무모한 선택을 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끝까지 버티다 더는 계산이 어려운 지점까지 몰린 사람들이었다. 당장 막아야 할 병원비와 생활비, 카드값과 연체 위기 앞에서 법적 위험이나 미래의 책임은 뒤로 밀려난다.
그는 불법사금융의 핵심을 무지가 아니라 절박함에서 찾는다. 평온한 상태에선 누구나 경계할 계약도, 벼랑 끝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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