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랄의 바이브 코딩 모델 실행 화면. 사진=미스트랄
[아이티데일리]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는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구글(Google)등 미국 AI 빅테크들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딥시크(Deepseek) 등을 앞세운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유럽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에서 조용히 세력을 확장하는 AI 기업이 있다. LLM 기반 생성형 AI 기업 미스트랄 AI(Mistral AI, 이하 미스트랄))이 주인공이다. 미스트랄은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벗어나 유럽 독자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 AI 스타트업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롤모델이다. 실제로 미스트랄은 유럽에서 새로이 일어나고 있는 AI 붐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미스트랄의 행보는 우리나라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소버린 AI(Sovereign AI: 국가 또는 조직이 자국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 AI 모델)의 전형적인 본보기로 보인다. 미스트랄은 미국 AI 모델 의존에서 벗어날 것을 표방하고 있고, 우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 아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을 개발하고 있다.
사실 미스트랄의 과거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미스트랄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최첨단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했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국산이나 중국산만 아니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여론이 높았고, 미스트랄은 이를 만족시켜 주었다. 미스트랄의 행보는 포브스, BBC, CNBC 등 글로벌 매체들의 단골 주요 뉴스였고, 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집행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매체 기사와 다양한 보고서, 홈페이지를 종합, 미스트랄이 유럽 환경에 적응해 경쟁력을 키워온 과정을 추적해 전한다.
미스트랄이 내세운 ‘자립’이 유럽에서 통하다
포브스즈는 미스트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더 멘쉬(Arthur Mensch)가 지난 2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AI 액션 서밋’ 무대에 올랐을 때의 상황을 전한다. 그의 발표 현장에 모인 청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초지능 AI가 가져올 가능성과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오픈AI의 샘 올트먼(Sam Altman)이나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의 강연을 들으러 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멘쉬의 강의는 소수의 경영자와 연구자들에게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계 각국은 실리콘밸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AI의 미래를 쥐어야 하며, 그 실현을 미스트랄이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AI는 지배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힘을 부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멘쉬가 미스트랄의 AI 비즈니스와 기술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립’이다. 미스트랄의 AI 모델은 대부분 미국 굴지의 경쟁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블랙박스형 AI와 달리, 오픈웨이트(open weight) 방식이다. 고객이 내부 구조에 접근하고 자사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며, 무료로 다운로드해 오프라인 환경이나 노트북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
미스트랄이 추구하는 철학과 비즈니스는 유럽의 대다수 기업들에게 절대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유럽 기업 경영진은 미국 빅테크들의 ‘세계를 바꾸는’ 거대한 비전에 오히려 위협을 느끼고 있다. 중국 AI 기업의 부상에도 마찬가지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멘쉬가 강조하는 ‘기술 주권’과 이를 앞세운 ‘주도권’ 확보 에니시즌 유럽 기업 경영진에게 안도감을 제공한다. 미스트랄은 나아가 자사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직접 투입해 AI 도입과 운영까지 지원한다. AI에 특화된 SI(시스템통합) 서비스인 셈이다. 고객 데이터는 외부로 반출할 필요가 없으며, 심지어 사무실 밖으로 반출할 필요조차 없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3국을 필두로 한 극지방에서는 50개가 넘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유럽 전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부지 마련이 쉽지않고, 무엇보다 센터를 감당할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북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미스트랄과의 협력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멘쉬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 기반 위에 핵심 업무 자동화나 제품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은 사실상 미스트랄뿐이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들은 미스트랄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회사에 거는 기대 또한 지대하다. BBC에 따르면 독일의 일부 지자체 정부는 공공 업무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사용 중단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화상회의용으로 미국의 글로벌 기업 줌(Zoom)을 대체할 자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미스트랄은 이런 유럽 각국 정부 ‘독자’ 정책의 한가운데에서 AI의 유럽 주권을 지키는 중심에 위치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인 정책 기조도 미스트랄의 존재감을 키워주고 있다. 트럼프 취임 초부터 유럽과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유럽과의 불협화음은 위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7일 유럽이 미국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주독 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했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과의 분쟁과 트럼프의 자국 보호 기조,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그린란드 병합 압박 등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센터, AI에 이르기까지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분위기에 불을 질렀다.
성능에서는 뒤처지지만 매출은 성장
미스트랄 공동 창업자 기욤 랑플(Guillaume Lample)과 티모테 라크루아(Timothée Lacroix)는 인터넷에서 공개된 이력을 찾아보면 모두 미국 유력 AI 연구기관의 파리 본부에서 경력을 쌓은 프랑스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다. 상당 기간을 파리에 위치한 메타의 AI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했다. 그 이력이 오늘날의 미스트랄을 만들었다.
그러나 미스트랄의 생성형 AI 성능은 경쟁사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다. 순위권에서 많이 밀려나 있다. 더버지 등에 보도된 생성형 AI 모델 벤치마크에서는 미스트랄의 최고 모델조차 앤트로픽이 9개월 전에 공개한 클로드(Claude) 구버전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픈 웨이트 모델 분야에서도 중국의 딥시크나 알리바바에 밀리고 있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EU 차원에서 지원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의 빅테크에 비하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 미스트랄이 조달할 자금은 지금까지 30억 달러를 조금 넘는다. 미국 빅테크들은 한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미스트랄이 이처럼 투자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취한 방법은 LLM에서 SLM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특히 미스트랄은 소형·저비용·유럽형 모델이 정부 및 글로벌 기업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좋은 성과로도 연결되고 있다고 한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미스트랄 매출은 2억 달러 수준이었다. 올 연말부터는 월 8,000만 달러 수준의 매출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높은 연산 및 데이터 비용으로 아직 흑자는 아니다.
미스트랄이 홈페이지에서 밝힌 협력사는 HSBC, 테스코(Tesco), 시스코, SAP, 스텔란티스, , IBM, ASML, CMA CGM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원 아래 군과 공공기관에도 미스트랄 모델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또 싱가포르 군, 그리스 및 룩셈부르크 정부와도 협력하고 있다.
ASML 투자로 기업가치 급등
미스트랄이 최근 일궈낸 최고의 성과는 유럽은 물론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지원과 투자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ASML은 지난해 9월 미스트랄의 20억 달러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면서 공식 참여했다. 이 시점에 평가된 미스트랄의 기업가치는 140억 달러(20조 8,000억 원)에 도달했다. 창업 만 3년의 결실이었다.
창업 배경과 비즈니스 모델, 유럽에서의 전략
멘쉬는 컴퓨터 과학자 집안 출신으로,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에서 랑플과 만나 2023년 미스트랄을 창업했다. 세 명의 공동 창업자는 메타와 구글 딥마인드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ICT 업계 관계자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은 유럽이 그동안 닷컴 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확산, 클라우드 컴퓨팅의 부상 등 주요 ICT 기술 흐름에서 뒤처져 왔다는 점이다. 그런 뼈아픈 반성이 AI에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EU 회원국 전체에 퍼져 있다. 이들은 유럽 자체의 AI 모델 필요성을 절감한다.
미스트랄에 대한 유럽 정치권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당연히 긴밀한 협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매출의 약 40%는 유럽 외 지역에서 발생한다.
미스트랄은 로보틱스용 AI, 소형 특화 모델 개발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매진하고 있다. 앞서 밝힌 북유럽 프로젝트가 상당수 여기에 포함된다. 2027년까지 20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 용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승부수는 한 마디로 ‘독립성’이다. 미국 의존을 피하려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기회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와 글로벌 지정학 위기, 깨어나는 유럽이 ㅣ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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