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탈락 인천, 청라·영종 공동주택 중심 전환
태양광·ESS 등 아파트 전력 자급망 구축 추진
남는 전력 거래 가능… 새로운 시장 창출 기대
지역별 전기료 차등제와 맞물려 파급효과 주목
지난해 분산에너지특화지역 공모에서 탈락한 인천시가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주택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해 전력 자급망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경인일보DB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의 1기 분산에너지특화지역(분산특구) 공모에서 탈락한 인천이 재도전에 나섰습니다. 분산특구를 비롯한 에너지 정책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 뒤 첫 공모가 시작됐는데요. 1기 공모 당시 인천시는 ‘산업단지 태양광 에너지 인프라’를 내세웠지만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이 대거 선정되며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인천시는 기후부의 2기 분산특구 공모에서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서해구 청라동과 영종구 운서동, 무의동 등의 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공동주택에 소규모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계획을 준비합니다. 지난해 산업부 공모 당시에는 대규모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산업 분야로 그 범위가 한정돼 있었는데, 기후부는 올해 공모에서 공동주택까지 확장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인 ‘5극 3특’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의 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인천시가 산업단지 인프라를 활용한 전략을 펼치기는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역의 주택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2기 분산특구로 지정되면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아파트나 주택의 전기료가 감면되는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선정 결과를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력 자급·거래 통한 경제성 관건
기후부는 지난달 인천을 비롯한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2기 분산특구 공모를 추진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1기 공모 탈락 이후 두 번째 공모를 준비하고 있던 인천시도 발빠르게 준비에 나섰습니다. 인천 내 공동주택 단지가 많은 8개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해 검토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청라와 영종지역을 공모 대상지로 결정했습니다.
두 지역이 낙점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태양광·ESS(에너지저장장치)·공기열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설비를 도입할 여건이 되는 지역이 비교적 최근에 들어선 신도시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여기에 분산특구 지정 이후에도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할 만한 물리적 공간이 충분한 지역도 청라와 영종지역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난 8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2026.8.26 /연합뉴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동주택의 전력 자급자족이 이뤄지면 또 하나의 산업이 파생됩니다. 쓰고 남은 전력을 거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전력 거래는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진행되는데, 분산특구는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전기 생산자가 전기 사용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하고 대가를 받게 됩니다. 공동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전력이 필요한 다른 지역에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기 분산특구 공모에 선정된다고 당장 대규모의 전력 거래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천시에 따르면 공모에 선정된 지자체에 주어지는 정부 예산은 연간 1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인천시가 같은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도 최대 20억원 안팎입니다. 청라동·운서동·무의동의 모든 공동주택에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기엔 부족한 예산입니다. 재생에너지 설치를 희망하는 공동주택 수요를 파악해 우선 추진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다만 분산특구 지정을 시작으로 인천시가 공동주택의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자급망을 확충해 나가면 전력거래가 활발해서 하나의 시장이 열릴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향후 지역별 차등요금제와도 맞물린 ‘분산특구’
전력 자급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전기요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기후부가 지난 8월 공개한 산업용 전기요금제 개편안 정책을 주목해봐야 하는데요. 전력 생산량을 전력 소비량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하는 전력자급률에 따라 권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산정하는 정책입니다. 약칭 ‘차등요금제’라고 불리죠.
기후부의 차등요금제 구상을 보면 전력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172%에 달하는 인천은 현행 요금 대비 ㎾h당 6~10원이 감액됩니다. 인천에는 영흥화력발전소를 비롯한 4곳의 복합화력발전소가 있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이죠.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경인일보DB
물론 인천의 자급률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타 지역은 물론 전력자급률이 낮은 비수도권 지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요금 감면 규모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력자급률과 수도권·비수도권 여부 등을 모두 고려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안이 그대로 적용될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죠.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면 중장기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의 개편을 추진할 전망입니다. 이 역시 지역별 전력자급률이 요금을 결정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기후부가 분산특구 정책을 산업분야에서 주택분야로 확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주택이 많을수록 전력자급률이 오르는 만큼, 향후 가정용 전기요금 개편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2기 분산특구 지정 결과를 주목해야 할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전력을 자급자족해 쓸 수 있다면 전기요금에 대한 혜택이 주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죠.
인천시는 이달 중으로 분산특구 공모에 필요한 사업계획 준비를 마무리하고 기후부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자급망을 구축하는 건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수도권·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중요하게 다뤄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지난해 균형발전 논리에 밀렸던 인천이 이번에는 수도권 역차별을 넘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한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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