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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보유·소득세도 벅찬데 월세까지 치솟아…“거주 이전 족쇄될 판”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살지도 않는 주택을 오래 보유했다고 해서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매 및 전월세 매물들이 게시돼 있다. 오승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살지도 않는 주택을 오래 보유했다고 해서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집값과 월세가 모두 급등하면서 공시가 12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정책 설계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30일 박정훈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세무위원에 따르면 월세 300만 원을 받는 12억 원 초과 1주택자는 연 208만 494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월세가 400만 원이 되면 연간 세 부담이 332만 원으로 불어나고 월세 500만 원 때는 연 456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면 월세 300만 원 이상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강도 전세대출이 시작되면서 보증금 부족분이 월세 상승으로 이어져 최근에는 서울 강북권에서도 어렵지 않게 수백만 원대 월세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84㎡가 월세 300만 원(보증금 1억 5000만 원)에 실거래됐고 관악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 84㎡ 역시 월세 300만 원(보증금 1억 원)에 거래됐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월세 물건의 씨가 마르다 보니 전 가격보다 100만~200만 원 정도 더 높여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늘어난다. 과세표준 산정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에서 70%로 높아지고 국회에 제출된 세제개편안이 통과하면 공시가격 20억 원인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산출세액은 227만 5000원에서 277만 4000원으로 늘어난다.

숨은 ‘거주 비용’ 인상 요인도 있다. 비거주 1주택자들 대부분이 임대인이자 동시에 임차인이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 때문에 서울 용산 아파트를 월세로 돌리고 강남구 신사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A 씨는 “기존 주택에서 월세를 올려받는다고 해도 세들어 사는 집의 세 인상분이 더 크다”며 “내년 갱신 계약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공시가 12억 원인 임대소득 과세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국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과세 기준을 15억 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득세 과표구간이 고정돼 매년 증세 효과를 부르는 것처럼 임대소득세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급격한 증세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세 기준을 올려주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지는 않는다”며 “향후 국회 조세소위에서 의원들 의견을 들어본 뒤 입장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가 주거 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값 상승으로 임대소득세 과세 대상에 편입되는 주택이 늘어나는 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증가하면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릴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집값과 월세 상승으로 늘어난 임대소득세 부담은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과세 기준은 부동산 가격과 과세 대상 주택의 비중 등 시장 여건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책의 집값 안정 효과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공급이 제한되고 수요가 집중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세금 인상만으로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매각보다 장기 보유나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금의 영향은 공급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비수도권에서 크게 나타나지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조세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세제개편의 시장 왜곡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신언 한양여대 교수는 ‘주택 과세에서 조세의 정책적 기능과 한계’ 발표에서 실거주 유도가 오히려 임대주택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주인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직접 입주하면 전세보증금 상승과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거주 우대와 임대주택 공급 유지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는 데 대해 과세 형평성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특히 직장이나 자녀 교육, 질병 등으로 자기 집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실거주 여부만으로 세 부담을 달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하면서 취학·근무·질병 등으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정 범위 밖의 사유로 이사한 사람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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