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정말 외국인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거리에서, 버스에서, 지하철 안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혹은 베트남어나 태국어를 들을 수 있다. 이들에게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는 어딜까?
방문객 수로는 여전히 서울이 절대적이겠지만 증가율로 보자면 부산, 전주, 경주, 안동 등 지방도 만만찮다. 영도 흰여울마을 바다 풍광, 벚꽃 핀 진주, 매화로 덮인 광양 등 인스타그램이나 X에는 지방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부쩍 많아졌다. 야놀자리서치와 트립어드바이저가 공동 분석한 관광만족도 조사에서 부산은 국내 도시 중 1위, 동북아 주요 8개 도시 중 2위에 올랐다.
재밌는 것은 한국인들은 서울과 지방을 각기 다른 공간으로 인식하지만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지근거리에 안동 하회마을이라는 전통마을이 있다’는 외국인 글이 SNS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서울은 2시간만 가면 아름다운 해변을 만날 수 있는 멋진 곳’이라는 문장도 인터넷을 달궜었다. 외국인들의 눈에 서울과 지방은 연결돼 있고, 지방으로 인해 서울은 더 매력적인 도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그렇다. 서울에서 안동, 속초, 부산 하면 멀다는 생각이 퍼뜩 들지만, 막상 기차를 타거나 승용차로 이동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고속열차와 잘 정비된 고속도로는 서울과 지방의 공간적·시간적 거리를 크게 좁혔다. 워낙 막히다 보니 서울은 이동 자체가 고역일 때가 많아 지방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그럼에도 정서적으로는 서울과 지방이 더 멀어졌다. 그중 하나가 집값이다. 전국이 뛰었던 2022년과 달리 2024년 집값 상승은 서울에 집중됐고, 한강벨트의 상승폭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는 지방 아파트를 팔아서는 같은 평수의 서울 아파트 현관을 사기도 벅차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지방 사람들도 서울 집 구매에 나선다. 가만있으면 ‘벼락거지’가 되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서울 집값이 뛰는 이유는 누구나 안다. 직장과 병원, 문화시설 등 온갖 ‘좋은 것’들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 좋은 것’들은 지방에 많다. 서울은 자신이 쓰는 전기의 90%를 지방에서 가져다 쓴다. 원전·화력발전소를 끼고 있거나 대규모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에서 삶의 질이 높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지방은 서울 유지를 위한 소모품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청년들은 떠나고 빈집은 늘어나며 상권은 쇠퇴한다.
문제는 지방의 쇠퇴가 서울에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시간 이내에 바다와 산, 전통마을, 다른 도시로 이동해 지역적·문화적 다양성을 맛볼 수 있는 수도는 전 세계적으로 서울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의 쇠퇴는 궁극적으로 서울의 다양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방정책을 지방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서울과 연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도 서울이 지방에 빼앗긴다는 개념이 아니라 상생의 기회로, 지방 대학·지역민에 대한 재정 지원과 SOC 투자 확대도 시혜가 아닌 장기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방 역시 소지역주의를 벗어나 광역적·통합적 시각으로 타 지역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철강, 화학,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에서 IT·서비스·반도체로 무게추가 이동하면서 지방의 일자리는 더욱 줄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시각에서 벗어나, 3시간이면 국토 어디서나 갈 수 있다는 통합적 관점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다시 바라볼 때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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