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경희대 교수가 4월 2일 변호사회관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변회 제공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현재 변호사 수가 적정 수준보다 약 4,000~5,000명 많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인구·경제 지표와 인공지능(AI) 확산 등 변화를 반영해 법률시장 수요·공급 구조를 통계적 모델로 분석하고 적정 변호사 규모를 산출했다.
서울변회는 4월 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법률시장 구조 변화와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 산정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이번 연구는 한국정책학회에 의뢰해 진행됐으며, 김종호·남재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2025년 12월 중순부터 약 3개월간 수행했다.
연구진은 “한국 법률시장이 구조적으로 예측된 변호사 수를 초과하는 공급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예측된 변호사 수’는 인구·경제·AI 등 조건을 반영해 주요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한국의 적정 변호사 수를 의미한다. 2024년 기준 실제 등록 변호사 수가 이보다 약 5,000명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구, 1인당 국내총생산(GDP), AI 인프라 투자액 등을 독립변수로 설정해 변호사 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한국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으로 수요 정체와 공급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도 제시됐다. 민사·형사 사건 수 감소와 이른바 ‘나홀로 소송’ 증가 등이 변호사 수요 정체를 시사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또 인구 증가 둔화와 경제 성장 둔화, AI 확산도 주요 요소로 포함됐다. 연구진은 “AI 도입이 계약 검토 등 반복적·정형적 업무를 대체하면서 동일한 법률 수요를 더 적은 인력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종호 교수는 “해마다 협의하는 방식이 아닌, 중장기적 수급 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단기적 변호사 배출 수로 연간 약 1,200명 수준, 중기적으로는 600~900명 수준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AI 시대에 걸맞은 법률가 배출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발표회에서는 ‘수요 정체’에 대한 이견도 제기됐다. 지역에서는 변호사 수가 부족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오히려 인력 수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나홀로 소송 증가가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는 사건 수 감소와 정체 흐름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조순열
(사법연수원 33기) 서울변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변호사 수 급증에 따른 부작용과 수급 불균형, 수임을 위해 소비자를 기망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적정 변호사 수 산정을 위해 과학적·통계적 모델을 통해 진행한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시장의 현실과 실제 AI 활용 사례 등 보다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후속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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