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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벚꽃 엔딩은 경고장일 뿐... 생존 위한 글로컬 승부수 던져졌다

우리는 지금 그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대학의 변화가 지역을 살리고, 지역의 활력이 국가를 지탱하는 선순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김인호 울산대 ICT융합학부 글로컬JA교수 (주)유안테크 대표

벚꽃 엔딩은 경고장일 뿐... 생존 위한 글로컬 승부수 던져졌다

AI와 디지털 전환, 산업 구조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오늘, 대학과 산업의 관계 또한 근본적인 재구성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산학협력은 선택적 정책 과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이에 교수신문은 산학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대전환 시대를 여는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열 번째는 김인호 울산대 교수이다.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 위기가 지역 소멸과 국가 불균형의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대학을 지역 혁신 거점으로 바꾸려는 생존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학은 학과 장벽을 허물고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융합 교육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 연구소 유치, 산학협력 강화, R&BD 확대를 통해 캠퍼스를 지역 성장 엔진으로 바꿔야 한다. 인재·연구·교육·브랜드의 4대 혁신을 통해 대학·지자체·산업계가 함께 지역 재도약을 이끌어야 한다.

지방대의 몰락 막을 마지막 혁신 카드

무학과·무경계 시대, 혁신 캠퍼스 뜬다

대한민국의 대학과 지역이 전례 없는 위기 앞에 서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지방대 소멸은 단순히 교육기관의 부재를 넘어, 지역 경제의 붕괴와 국가 균형 발전의 중단이라는 연쇄적인 파국을 예고한다.

이러한 절박함 속에서 등장한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단순히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다. 이는 대학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대학을 지역 혁신의 허브로 재탄생시키려는 국가적 생존 전략이자 대전환의 신호탄이다.

글로컬대학이 지향하는 변화는 대학 내부의 완고한 벽을 허무는 것이다. 학과 간의 장벽, 대학과 산업체 간의 장벽, 그리고 국내와 국외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 번째 융합 교육의 실현이 필요하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과 이기주의는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공급자(대학) 중심의 학사 구조를 수요자(학생·기업)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전공 선택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모듈형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커리큘럼을 설계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 교수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연구실 안에만 머무는 교수는 더 이상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산업체 현장 전문가와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대학의 연구 성과가 실제 지역 산업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사업개발’(R&BD: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로 이어져야 한다.

지역 산업과 대학이 연구·채용·재교육까지 연결되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 지역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함께 이끌어야 한다. 이미지=챗지피티

백화점식 나열 버리고 융합 엔진 돼야

최근 교육계와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선택과 집중이다. 모든 전공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지역 특색에 맞춘 ‘핀셋 특성화’의 가속이 답이다. 과거 모든 학문을 망라하던 대학의 백화점식 학과 구조는 지역 산업과의 유기적 연결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되어 왔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생존 전략으로 지역 거점 산업과의 특성화·고도화를 꼽는다.

실제로 권역별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호남권은 에너지와 모빌리티 △영남권은 제조 혁신과 로봇 △충청권은 반도체와 바이오 등 지자체의 주력 사업과 대학의 전공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는 단순히 학과 이름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해당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교육 과정에 즉각 반영하는 마이크로 디그리(Micro-degree)와 융합 전공 확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글로컬대학 30’과 ‘캠퍼스 혁신 파크’는 지방대학을 지역 산업·연구·일자리 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바꾸려는 국가 전략이다. 이미지=챗지피티

기업 연구소 품고 R&D 센터로 변신

대학 캠퍼스의 물리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른바 ‘캠퍼스 혁신 파크’ 모델의 확산이다. 이는 대학 내 유휴부지에 기업 부설 연구소를 유치하여, 대학을 지역 경제의 거점 R&D 센터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데이터 공유’와 ‘실증’에 있다. 기업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생생한 실무 데이터를 제공하고, 대학은 이를 AI와 시뮬레이션 기술로 분석해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한다. 대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캠퍼스 내 기업 연구소에서 실무를 익히며, 기업은 별도의 재교육 없이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윈-윈 구조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RISE)는 이러한 공진화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자체가 대학 지원의 주도권을 갖게 됨에 따라, 대학의 성과가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으로 직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취업률 제고를 넘어, 지역 내 우수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정주형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지역 기업 맞춤형 장학금, 취업 보장형 트랙, 그리고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재직자 재교육(Reskilling) 프로그램이 대학의 핵심 기능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학·지자체·산업계의 운명공동체 4대 전략

지방대 소멸 위기를 ‘글로벌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4대 혁신 전략을 가동해 로컬의 강점이 곧 세계적 경쟁력이 되도록 대학·지자체·산업계의 운명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인재이다. 유입을 넘어 정주로 ‘글로벌 인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유학생 정책이 정원 미달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지역 산업의 핵심 역군을 육성하는 ‘채용-교육-연결’(Recruit-Train-Link)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은 반도체, 바이오 등 지역 전략 산업에 특화된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해 우수 인재를 유입시켜야 한다. 특히 지자체와 협력하여 광역 비자(R-visa) 발급을 지원하고 지역 기업 채용을 연계함으로써, 유학생을 ‘이방인 근로자’가 아닌 정착하는 ‘지역 시민’으로 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여야 한다.

둘째, 연구·산업은 상아탑 밖으로 나가 ‘글로벌 R&BD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대학 연구실이 지역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전초기지, 이른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의 거점으로 변모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 탑티어 대학 및 연구소와 캠퍼스 내에 공동 연구소(Joint Lab)를 설립해 차세대 핵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한편, 대학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기업의 기술 마케팅과 해외 판로 개척을 돕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 경제의 외연을 세계로 넓혀야 한다.

셋째, 교육이다. 담장 없는 배움터는 ‘경계 없는 캠퍼스’를 지향한다. 국경과 학문의 벽을 허무는 ‘경계 없는 교육’은 글로컬대학의 필수 덕목일 것이다. 해외 유수 대학과 학위를 공유하는 공동·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확대해 학생들에게 무한한 이동성을 제공해야 하며, 미네르바대학식 온라인·현장 병행 수업과 프로젝트 중심 학습(PBL)을 도입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세계 수준의 교육을 받고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실무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넷째, 브랜드이다. 니치 마켓의 선두주자로서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 모든 분야가 아닌,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향하는 ‘전략적 브랜딩’이 핵심이다. ‘글로벌 수소 AI 거점’과 같이 지역 산업과 결합된 독보적인 전공을 육성해 전 세계 인재와 자본이 스스로 찾아오는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외국인 교원 임용 확대와 영어 전용 캠퍼스 조성 등 대학 운영 전반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재설계하며 지방대라는 편견을 깨야 할 것이다.

'산업과 대학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에 갇힌 지식의 전당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혁신의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대학을 지역 발전의 엔진으로 믿고 지원하며, 산업계는 대학을 인재 공급처를 넘어선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글로컬대학이라는 원대한 실험이 성공할 때,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 어디서나 기회가 넘치는 균형 잡힌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대학의 변화가 지역을 살리고, 지역의 활력이 국가를 지탱하는 선순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김인호

울산대 ICT융합학부 글로컬JA교수

(주)유안테크 대표

김인호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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