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최대 1년 재고용 도입···삼성·SK하이닉스·현대차·포스코도 시행 중
기업은 숙련 인력 유지하면서 비용 통제 유리
청년고용 균형 맞추는 전략적 절충 평가도
LG전자가 임단협을 거쳐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정년 연장 대신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숙련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인건비 부담을 관리하기 위한 선택 차원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표준 고용 형태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에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일류적인 법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노동조합과 임금·단체협약 합의를 거쳐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전문성과 숙련 기술을 갖춘 직원으로 본인 의사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정년 이후에도 최대 1년간 추가 근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무직과 기능직 구분 없이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결정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숙련 인력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는 이미 주요 기업 중심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년 이후에도 핵심 인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SK하이닉스는 우수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기술 전문가(HE) 제도를 운영하면서 생산 현장에서도 명장급 인력을 선별하는 ‘마스터’ 제도를 통해 기술 전승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 역시 퇴직 전문 인력을 활용한 시니어 트랙을 확대하며 재고용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개발 경쟁력이 핵심인 반도체·전자 업계에서는 숙련 인력의 이탈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년 없는 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시사저널e DB
생산라인의 안정성이 중요한 자동차·철강·조선 업계에서도 재고용 제도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부터 연구소와 생산·정비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숙련 재고용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기간을 최대 2년까지로 늘렸다. 기본급은 계약직 초봉 수준이지만 성과급을 받을 수 있어 퇴직자의 약 90%가 선택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고용연장형 제도를 전면 확대했다. 과거 일부 우수 인력에 한정됐던 재고용 대상을 퇴직자 전체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재고용 범위는 정년퇴직자의 약 70% 수준으로, 정년퇴직자에게 연간 6000만원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며 최대 2년간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에서는 HD현대 계열사가 생산 기술직을 중심으로 ‘1+1년’ 형태의 계약직 재고용 제도를 정착시킨 바 있다.
업종별로 방식은 다르지만 기업들이 핵심 기술 인력은 유지하되, 전면적 정년 연장은 피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으로 꼽힌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통제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할 경우 전체 인건비가 상승하는 반면 재고용 방식은 필요한 인력만 선별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국회 토론회에서도 단순한 정년 연장만으로는 고령자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고용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율적 재고용이 일률적인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기업의 부담은 완화하면서도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고령자 고용정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 현장의 재고용 확산과 정책 논의가 맞물리며 고령자 고용의 무게중심이 정년 연장에서 정년 이후 활용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한 재계 관계자는 “퇴직 후 재계약 방식은 개인의 성과와 전문성을 평가해 선택적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어 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획일적 입법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맞춤형 제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