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법원, 40대 반도체노동자 유방암 산재 인정…“충분한 개연성 증명”

이후 2018년 3월부터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사내하청업체의 반도체 클린룸 제조라인에서 일하던 중 2021년 6월 36세의 나이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가족력 등 특기할 만한 요인 없이 30대 중반에 암에 걸린 A씨는 2023년...

법원, 40대 반도체노동자 유방암 산재 인정…“충분한 개연성 증명”

서울행정법원. 국민일보DB

법원이 약 14년 동안 반도체 업계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린 노동자의 산업재해 주장을 받아들였다. 근로복지공단이 실제 작업환경에 대한 구체적 논거 없이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며 이를 뒤집은 것이다.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산재 판정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21일 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반도체 노동자 A씨(41)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지난 16일 판결했다.

A씨는 2003년 9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에 입사, 2014년 5월까지 10년 8개월 동안 반도체 조립 생산라인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8년 3월부터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사내하청업체의 반도체 클린룸 제조라인에서 일하던 중 2021년 6월 36세의 나이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가족력 등 특기할 만한 요인 없이 30대 중반에 암에 걸린 A씨는 2023년 3월 산재 요양급여 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거로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를 들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소속 위원 6명 중 2명이 인정, 4명이 불인정 의견을 냈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이 같은 처분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사업장에서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선행연구, 작업환경에 대한 당사자와 동료 근로자 진술 등의 존재에도 근로복지공단은 공정 내용상 A씨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취지다.

법원은 A씨가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는 병력이나 가족력, 생활습관 등과도 무관했다고 지적했다. 발병과 작업 환경상 유해요소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다수가 젊은 나이에 백혈병과 유방암 등으로 투병한 점 등을 종합하면 산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병이) 직업적 요인으로 발생했을 개연성과 자연적으로 발생할 개연성 가운데 여러 구체적 근거를 갖춘 전자가 추상적 근거만을 갖춘 후자보다 설득력 있다”고 설시했다.

반올림은 산재 판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반올림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노동자의 업무상 질병 산재 신청 사건 중 총 16건에 대해 처분이 났는데, 이 가운데 승인은 4건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역학조사도 없이 피상적 사유로 불승인됐다는 것이다.

반올림은 “규범적 판단을 받고 싶으면 산재 소송을 가라는 식의 근로복지공단의 태도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자 사회보장제도로서 존재하는 산재보험의 취지를 망각하는 태도”라며 “공단의 부실조사 관행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