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송치형 두나무 회장·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가 합병 후 상장을 명문화했다. 기한은 2031년까지로 이때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제한하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여전히 합병 변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의 송사에서 우위를 점한 두나무가 합병 이후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1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전날 네이버와 주식교환을 완료한 이후 양사는 가능한 한 신속히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위해 1년 안에 네이버파이낸셜의 IPO(기업공개) 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식교환 완료일로부터 5년 내로 상장을 추진한다. 만약 5년째에도 상장하지 못하면 2년 이내 범위에서 상장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최대 7년의 상장 준비 기간을 둔 셈이다.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주식교환 이후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의 의결권을 확보할 예정이며 네이버파이낸셜은 지금처럼 네이버의 연결종속법인으로 유지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지난해 11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주식교환 이후 두나무 지분 100%를 보유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두나무도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외 시장을 포함해 5년 내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합병 이후 전통 금융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포함해 M&A(인수·합병)까지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미래 로드맵을 제시했다.
두나무가 공시를 통해 상장 추진 의사를 공식화한 배경에는 3개월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벌인 송사에서 한판승을 따낸 점이 자리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9일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두나무와 소속 직원이 해외 미신고 사업자들과 거래하고 고객 확인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내린 제재가 불합리하다고 봤다. 문제가 불거진 후 두나무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확약서를 받고 가상자산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 나름의 조처를 했다고 판단했다.
규제당국이 1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해선 회사가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나무도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조치 미비를 이유로 내린 제재가 부당했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판결 이후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는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판결에 아쉬움이 있다면서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제재 리스크를 털어낸 두나무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추이를 살피면서 합병 계획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업권법 성격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담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등 업계와 당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조항이 담겨 입법이 늦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되 법인이 대주주인 경우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해 주는 규제를 추진 중이다. 해당 규제를 이번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확실하게 정해지지도 않았고 실제 시행됐을 때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두나무를 포함해) 전 업권이 사실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지난달 말 주식교환·이전 등 거래 종결 일정을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정정한 바 있다. 5월 말로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가 늦어지면서 합병 관련 일정이 3개월 연기됐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지난 주총서 "딜 자체 규모가 워낙 크고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까 정부에서도 방향성을 잡고 검토하는 일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절차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갖추려고 하다 보니 좀 더 시간이나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해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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