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불법 사이트 제도 허점 이용
'도박없는학교' 교장 보복 피해 등
계좌 공개 시민 잇단 애꿎은 사례
정지 건수 지난해 대비 두배 증가
점검 통해 불법계좌만 골라내야
▲ 지난 16일 청소년 도박 예방 단체인 도박없는학교도 후원금을 받는 계좌가 갑자기 지급정지되는 피해를 겪었다. /사진제공=도박없는학교
“범죄를 막으려 만든 제도가 오히려 공격 수단으로 변질 됐습니다.”
청소년 도박 예방 비영리단체인 '도박없는학교' 조호연 교장은 은행으로부터 지난 16일 문자를 받았다.
“고객님의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의해 지급정지 등록되어, 지급정지 및 모든 금융기관의 전자금융거래가 일정기간 제한된다”는 내용이었다.
조 교장은 지난 2019년부터 약 6년간 200여개 도박홍보사이트를 폐쇄하며, 이를 통해 범죄수익을 올린 7000여 개가 넘는 대포 통장을 지급정지 시킨 인물이다.
조 교장은 “청소년도박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일차적으로 범죄에 악용되는 계좌를 신고해왔다”며 “그 이후 최근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자, 보복성으로 도박없는학교를 무력화하기 위해 사이트를 운영하는 범죄 조직이 현행 금융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테러”라고 했다.
최근 청소년 도박문제 등 중독성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커지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와 투자사기,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좌 지급정지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최우선적으로 범죄를 막을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계좌가 공개돼있는 일반 시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계좌가 정지되면 입출금은 물론 자동이체와 각종 결제까지 제한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에도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한다.
조호연 교장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도 발생했다.
화성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58) 씨도 이날 갑자기 계좌가 정지되는 피해를 겪었다. 누군가 김 씨의 계좌로 범죄수익을 무단으로 입금하고 신고한 것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계좌는 우선 동결된다. 일부 불법 사이트들은 이러한 제도를 악용한 지급정지 '테러'를 일삼고 있다.
실제 금융사기 피해 접수에 따른 계좌 지급정지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지급정지된 계좌는 총 14만9176건이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지급정지 건수만 약 7만2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2683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완전한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을 위해 운영자들의 계좌 정지가 효과적인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된다면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범죄예방 전문가들은 범죄 관련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제도는 강화되어야 하지만, 일반 개인, 공익단체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센터장은 “현재 은행은 소량의 금액만 입금되도 전체 계좌의 입금과 출금을 정지시켜 무고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 은행들이 철저한 점검 절차를 통해 불법 용도로 사용된 계좌만 골라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래·추정현·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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