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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백투더주간한국] 부부 갈등 끝 살인…50년 후에도 이어진 '가정폭력'

1974년 8월 4일 주간한국 지면에는 부부 갈등이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이 실렸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26세 남성 김모 씨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과 결혼했다. 지면에는 연상의 아내와 남편의 사진을 싣고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소개했다.

[백투더주간한국] 부부 갈등 끝 살인…50년 후에도 이어진 '가정폭력'

[편집자주] 1964년 9월 27일. 국내 첫 주간지 ‘주간한국’은 32면의 타블로이드판 시사주간지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창간 후 4년 뒤 주간한국은 41만 5000부를 인쇄하면서 국내 일간지 및 종합지 등 모든 정기간행물을 통틀어 최대 부수를 발행했습니다. 오락이 배고프던 때 당시 8면이던 일간신문으로는 요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중가요가 지면에 소개된 것은 주간한국이 처음이었습니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유일하게 생포된 무장간첩 김신조를 단독 인터뷰한 것도 주간한국이었습니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난무하는 현시대에 과거 주간한국의 기지와 재미, 엉뚱한 착상 등을 되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소재만 다를 뿐 주간한국 전성기의 제작 기법은 현재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1974년 8월 4일자(513호)에 실린 ‘부부 갈등’ 관련 기사. 사진=주간한국DB

[주간한국 신민성 기자] 1974년 8월 4일 주간한국 지면에는 부부 갈등이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이 실렸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26세 남성 김모 씨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과 결혼했다. 지면에는 연상의 아내와 남편의 사진을 싣고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소개했다.

결혼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됐다. 기사에는 부부가 생활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고 ‘이혼하자·별거하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부부 싸움을 반복한 정황이 담겼다. 특히 아내에 대한 남편의 행동을 ‘구박’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며 이혼과 별거를 둘러싼 갈등을 사건의 주요 배경으로 다뤘다. 이후 김 씨는 두 아들을 살해한 데 이어 아내에게도 범행을 저질렀다. 주간한국은 사건 전후 두 사람의 행적과 부부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를 살펴봤다.

당시 기사는 사건을 ‘미스테리 애증극’으로 표현했다. 가정에서 벌어진 폭력과 살인 사건을 오늘날처럼 피해자 보호나 관계성 범죄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부부 사이의 갈등과 감정, 이른바 ‘애증’의 문제로 풀어냈다.

이 기사가 나온지 50년이 지난 현재도 이혼이나 별거를 둘러싼 갈등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가정폭력을 피해 별거 중이던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새 거처를 찾아가 살해한 30대 현직 공무원에게 경찰이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사진=연합뉴스

◇ 가정폭력 피해 아내, 별거·이혼소송에도 살해

지난 1일 경기 광주에서는 30대 여성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지난해부터 남편의 가정폭력을 여러 차례 신고했고 별거 이후 다른 거처로 이동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전달하고 재범 우려 피해자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피해자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임시보호명령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보호명령에는 주거지 격리와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 포함됐다. 피해자는 같은 날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남편은 이혼소장을 통해 피해자의 새 거주지 주소를 파악한 뒤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편이 이혼소장을 받은 뒤 분노가 커졌고 이혼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것을 우려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지난 9일 가정폭력처벌법 위반, 아동학대,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가 추가돼 검찰에 송치됐다.

임은선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이혼이나 별거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생각해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며 “피해자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별거나 이혼소송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가해자에게는 오히려 더 강한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 변호사는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가해자가 소장을 받은 순간부터 큰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고 했다. 이는 이혼이라는 법적 절차 자체가 가해자의 통제 상실감과 보복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 보호제도 있어도 주소 노출…“법원에 자동 전달돼야”

과거와 비교하면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법과 제도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부부 사이의 갈등이나 가정 내 문제로 본 폭력이 이제는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임시 조치와 피해자 보호명령을 받을 수 있고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잠정조치도 가능하다. 부부 사이의 성폭력에 대한 법적 판단도 변화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됐다.

하지만 보호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피해자의 안전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가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주소 비공개 제도가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비공개를 신청하지 않으면 제도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임 변호사는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나 피해자보호명령,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가 내려졌더라도 이 같은 보호 조치가 법원에 자동으로 전달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진행한다면 관련 제도를 안내받을 수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소송하는 경우 주소 비공개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해자를 피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 피해자의 주소가 소송 과정에서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확인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주소 등 개인정보를 비공개 처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직권주의 도입이 어렵다면 이혼소송 접수 단계에서 주소 비공개 신청 여부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별도의 체크란을 마련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정부도 경기 광주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제도 안내를 강화하고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 정보가 노출되는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보호 조치가 내려진 뒤에도 가해자가 이를 위반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

최안률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자가 ‘사과하고 싶다’, ‘화해하고 싶다’는 이유를 내세워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가정폭력 피해자 전용 국선 변호사 제도를 도입해 가해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차단하고, 고위험 가해자에게 위치 추적 전자 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방식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변호사는 “현재는 물리적 피해 증거나 가해자의 전과 여부 등이 주요 판단 요소로 활용되지만 가정폭력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피해자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초기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공포감을 우선적으로 신뢰해 선제적으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이후 가해자의 유·무죄와 처벌 여부는 엄격한 증거에 따라 별도로 판단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이혼 이후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와 접촉해야 하는 상황은 남는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면접교섭 과정에서 다시 마주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 변호사는 “가해자의 면접교섭권을 제한하는 결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전면 차단은 쉽지 않다”며 “법원 내 면접교섭 센터를 이용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CCTV가 설치된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인도하는 등 직접 대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50년 전 ‘애증극’에서 범죄·피해자 보호로

1974년 주간한국이 다룬 사건과 최근 경기 광주 사건을 비교하면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와 법의 시선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부부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사적인 관계의 문제로 바라봤다면 현재는 가정폭력을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범죄로 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마련됐다.

하지만 관계를 끝내려는 순간 피해자를 어떻게 안전하게 분리할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최 변호사는 “가장 큰 변화는 가정폭력을 사적인 집안 일이 아닌 국가가 개입해야 할 강력 범죄로 규정하는 법적 인프라가 구축됐다는 점”이라며 “지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리 단계에서의 피해자 보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소 비공개 절차를 간소화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주소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자립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가해자를 떠나지 못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은 만큼, 쉼터 등 단기 보호를 넘어 장기적인 주거와 생계를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0년 전 주간한국은 부부 사이의 갈등을 애증으로 묘사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를 폭력과 범죄의 징후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폭력이 발생한 뒤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계를 끝내려는 피해자가 안전하게 분리되고 이후에도 가해자의 통제와 보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다.

신민성 기자 tls353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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