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배상은 트래블이지 대표 - 여행도 결국은 데이터

외국인에게 한국은 분명 매력적인 여행지다. 다만 넘치는 정보만큼 구체적인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배상은 트래블이지 대표는 외국인 친구들이 겪는 불편을 곁에서 지켜보다 창업을 결심했다.

배상은 트래블이지 대표 - 여행도 결국은 데이터

외국인에게 한국은 분명 매력적인 여행지다. 다만 넘치는 정보만큼 구체적인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배상은 트래블이지 대표는 외국인 친구들이 겪는 불편을 곁에서 지켜보다 창업을 결심했다. 흩어져 있는 정보를 예약으로 모으고, 예약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배상은 트래블이지 대표는 “외국인에게 한국 여행은 정보는 넘치지만,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래블이지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여행업계 출신은 아니에요. 다만 여행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해외 주재원 생활과 잦은 출장 덕에, 10년 전 기준으로도 해외를 100회 이상 오갔을 만큼 여행이 일상이었죠.”

배상은 트래블이지 대표는 오래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여행광’으로 통했다. 그렇다고 여행으로 ‘밥벌이’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도 아니었다.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시작됐다. 한국을 찾거나 계획 중인 외국인 지인들이 겪은 불편한 경험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했다.

“10년 전에도 호텔 예약은 쉬웠어요. 하지만 지역 투어나 액티비티는 불편하기 그지없더군요. 쏟아지는 정보는 많았지만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웠어요.”

시작은 예약 대행이었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여행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와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인인 그조차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기 일쑤였다. 외국인이 특정 날짜에 입장권이나 체험을 예약하기란 너무도 어려웠다.

“거의 모든 게 디지털인데, 여행 분야는 왜 여전히 아날로그일까, 외국인이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죠.”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은 결국 2016년 말 트래블이지(Korea Travel Easy) 창업으로 이어졌다. 개인사업자로 출발한 후 정부 사업에 선정되며 플랫폼으로 확장됐고, 지난해 법인으로 전환했다. 2016년 첫 서비스 오픈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버텨냈고,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한국 여행을 연결해주고 있다. 배 대표가 정한 사명 ‘Korea Travel Easy’에는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쉽게 즐기게 해주겠다’는 뜻을 직관적으로 담았다.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대신 예약해주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는 많지만 실제 예약이 어려운 국내 여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을 둔다. 글로벌 IT 기업에서 일한 경험은 서비스 접근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감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여행도 결국은 데이터를 봐야 합니다. 여행자가 어떤 상품을 검색하고 클릭하고 실제로 예약까지 이어지는지를 보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이거든요. 감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색, 클릭, 예약 같은 데이터 흐름을 분석해 콘텐트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여행 서비스를 데이터로 읽는 산업으로 바라보는 배 대표의 시각은 실제 서비스 구성에도 반영된다. 현재 트래블이지의 사업 범위는 크게 세 가지다.

“서비스 범위는 크게 세 가지예요. 우선 플랫폼에서 개별 여행객이 실시간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가령 와이파이, 유심(USIM), 서울 시티투어 등을 트래블이지 플랫폼에서 예약하는 거죠. 따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입니다. 최근 관광상품 중에는 한류 콘텐트 관련 수요도 많아졌습니다. 두 번째는 기업 단위 여행입니다. 비즈니스 미팅이나 포상 휴가, 인센티브 투어 등 기업 차원의 여행 운영이죠. 마지막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나 공공기관과 협업하고 글로벌기업들을 대상으로 SNS 기반 홍보도 진행합니다.”

수익 구조도 이 세 축과 맞닿아 있다. 기본적으로는 판매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나 대형 업체와 진행하는 기획전, 홍보 프로젝트 수익, 기업·단체 행사 운영 수익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트래블이지는 분산돼 있던 여행 수요를 실제 예약과 이동으로 연결해왔으며, 이러한 기능은 최근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트래블이지 홈페이지. 트래블이지는 서울에서 지방 도시까지 콘텐트를 중심으로 하나의 일정 안에서 경험하도록 만든다. [사진 트래블이지]

여행의 변화, 취향과 콘텐트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과거에는 쇼핑이나 유명 관광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K팝, 드라마, 특정 경험 등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여행을 설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트를 여행 아이템으로 계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 대표는 이런 지형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다.

“콘텐트 자체가 개인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곧 취향이 되고 다양성이 되는 거죠. 예전에는 콘텐트를 보고 좋아하긴 하지만 이걸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 가서 해야 되는지를 잘 몰랐어요. 이제는 SNS와 AI가 여행 설계를 도와줍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여행을 더 세부적으로 계획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흐름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표 도시를 넘어 지방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다.

“외국인들을 직접 만나보면 알 수 있어요. 예전에는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 중심이었습니다. 다른 지방 도시까지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K팝 행사나 콘텐트 기반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라면 외국인들이 직접 해당 지역까지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 정보 접근성, SNS를 통한 자기표현이 결합되면서 관광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배 대표는 이를 여행을 넘어 삶의 태도 변화로 읽는다. ‘점심은 삼각김밥, 저녁은 오마카세’로 대표되는 최근 소비 트렌드처럼, 평소에는 아끼다가도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방식이 여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배 대표는 “여행은 단순한 소비라기보다는 삶의 태도에 가깝다”며 “여행에서는 그런 감정이 더 극대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더 복잡한 과제가 된다.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일정이나 경험을 먼저 정해오기도 합니다. 개인이나 그룹, 기업 단위까지 모두 다른 요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같은 K컬처라는 범주 안에서도 추구하는 경험의 방향은 다양하게 나뉜다.

“K컬처를 좋아하더라도 여행 선호도는 제각각입니다. 누군가는 댄스를 배우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배우나 아이돌의 메이크업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합니다. 이때 무엇을 하느냐뿐 아니라, 누구에게 배우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배 대표가 K팝의 위력을 직접 체감한 건 2019년이었다.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당시 K팝 콘서트가 열렸을 때, 배 대표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외국인 500명 이상 모객이 가능하냐는 연락을 받았다. 반신반의로 시작했지만 열흘 만에 600명 가까이 예약이 몰려 사이트 서버가 다운될 뻔했다. 버스 15대를 직접 운영하며 서울에서 광주까지 이동하는 외국인들 옆에 앉아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K팝의 위력을 현장에서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콘서트에는 65개국에서 약 1만 명의 해외 팬이 방문했고 2만 명 넘는 내국인 관람객까지 더해졌다. 콘텐트가 이동의 동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K컬처가 여행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계기는 각자 다릅니다. K팝을 좋아하면 K팝이고, 드라마를 좋아하면 K드라마, 화장품을 좋아하면 K뷰티, 음식을 좋아하면 K푸드입니다. 여행의 출발점은 좋아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 심이 여행으로 연결되고,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며,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확장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 역할을 기관이나 우리 같은 플랫폼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상은 트래블이지 대표. 김정훈 기자

콘텐트를 여행으로 연결하다

과거 온라인 여행 서비스는 OTA(Online Travel Agency)로 통칭하는 호텔 예약 사이트를 중심이었다. 이런 경향이 액티비티 콘텐트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된 것은 불과 10년 남짓이다. 최근 여행업계에선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OTA는 기본적으로 콘텐트를 처음부터 기획하기보다, 파트너가 제공하는 여행 서비스를 판매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에 비해 트래블이지는 기획과 판매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트렌드에 맞는 콘텐트를 선별하고 이를 실제 예약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외국인 고객들이 어떤 콘텐트를 좋아하는지, 혼자 여행할지, 패키지를 선택할지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여행 코스를 구성합니다. 가격도 중요하고요.”

특히 K팝 같은 콘텐트 기반 경험은 높은 수요를 보이지만, 동시에 기획과 운영의 난도도 높다. 그는 콘텐트의 본질을 ‘경험의 압축’이라 정의했다.

“팬덤이 좋아하는 콘텐트를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하나씩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일정 안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트를 경험으로 풀어내는 기획도 중요하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우리를 포함한 중소 여행사나 체험업체 같은 현장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합니다.”

배 대표는 “콘텐트 투어리즘이 확장되려면 기획과 운영, 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콘텐트를 만들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다시 시장으로 확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전략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진다. 배 대표는 “트래블이지가 모든 것을 다 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고 필요하다면 글로벌 OTA와 협업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사업 방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차별화된 상품을 깊이 있게 개발하고, AI와 자동화로 운영 효율을 높이며, 기업·단체 관광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외국인과 한국 콘텐트라는 두 키워드를 놓지 않고 버텨온 만큼, 앞으로도 그 방향은 달라지지 않으리란 설명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장도 많이 바뀌었고 트래블이지도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외국인들에게 더 좋은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