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거래자가 거래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헬스케어와 운송, 금융주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조정받는 사이 경기민감주와 방어주가 동반 상승하며 시장의 상승 동력이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뉴욕증시의 최근 변동성은 상승 추세의 붕괴라기보다 주도주가 교체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1.5% 하락했다. S&P500지수는 0.5%,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2% 각각 내렸다. 반도체주 급락과 국제유가 상승,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재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다만 S&P500지수는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약 1%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수는 고점 부근을 지키는 반면 내부적으로는 업종 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타고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주 급락에도 운송·헬스케어 '질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견조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도체주 매도세를 막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은 낙관적인 실적 전망보다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과 비용 증가 가능성에 주목했다.
샌디스크는 13% 급락했고 웨스턴디지털은 9% 넘게 내렸다. 마벨테크놀로지도 8.7% 하락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3% 떨어졌다.
반도체주의 조정과 달리 운송주는 강세를 보였다. 철도와 항공, 트럭 운송업체 등 2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운송평균지수는 3.2% 상승했다. 7월 들어 상승률은 5%에 달한다. 이 지수는 최근 1991년 이후 가장 좋은 연초 흐름을 기록했다.
헬스케어주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S&P500 헬스케어업종지수는 최근 한 달간 6.2% 올라 11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다. 기술주 고평가 부담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실적과 경기 방어력을 갖춘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매도세 그래프. [출처=WSJ]
◆은행주까지 가세…상승장 외연 넓어져
금융주도 증시 주도주 교체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익 증가에 힘입어 이번 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KBW나스닥은행지수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16일 골드만삭스가 4.9%, 모건스탠리가 4% 넘게 하락하는 등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지만 금융주의 중장기 실적 개선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면 대형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금융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브렌트유는 7월 들어 약 16% 오른 배럴당 84.23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경우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미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6일 기준 연 4.155%로 마감했다. 전쟁 이전 저점인 연 3.4%보다 크게 높지만 이달 초 기록한 연 4.2%대 고점에서는 내려왔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금리 부담이 일부 완화된 영향이다.
월가에서는 하반기 미국 증시의 핵심 변수로 '상승세의 확산'을 꼽고 있다.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가 쉬어가는 동안 운송, 헬스케어, 금융주가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정 업종에 의존했던 상승장이 여러 업종으로 확산하면 증시의 기초 체력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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