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의 FC-BGA.(사진=문슬예 기자)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되는 인쇄회로기판(PCB) 수요가 폭증하면서 동박적층판(CCL) 주문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CCL 업계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제품으로 쏠리면서 일부 범용 기판 소재까지 수급이 빠듯해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판 업체가 CCL을 주문할 경우 기존 약 2주 수준이던 배송 기간이 최대 6주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CCL은 절연체 양면에 구리(동박)를 입힌 판을 말한다. 각종 반도체가 탑재되는 기판을 만들기 위한 핵심 기초 소재다.
CCL 공급 부족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활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이 탑재되는 고성능 반도체용 기판은 저열팽창 유리섬유(T-글라스)를 기판에 적용한다. T-글라스는 열팽창계수(CTE)가 낮은 유리섬유다. 고온 공정에서 기판 변형을 최소화해 미세회로 형성과 대면적 기판 구현에 유리하다.
그간 T-글라스는 고부가 기판에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최근 기판의 회로 집적도가 높아지고, 열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며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됐다. FC-BGA, FC-CSP 등 고부가 기판에 쓰이던 소재가 서버용 모듈과 메모리 기판 등으로 확산되며 관련 수요가 동반 증가했다. CCL은 유리섬유에 수지를 섞은 프리프레그(Prepreg)를 적층하고, 상하부에 동박을 배치해 열과 압력을 가해 제조한다. T-글라스는 프리프레그 층에 적용된다. 기계적 강도와 열 안정성을 결정한다.
수요 확대에 비해 공급은 제한적이다. 하이엔드 제품군은 일본 닛토보가 주요 빅테크의 품질 인증을 기반으로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일부 소재 업체가 대만과 중국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단기간 내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글라스 기반 범용 제품까지 간접적인 수급 압박이 있다. E-글라스는 일반적인 절연 특성을 갖는 유리섬유다. 중저가 제품군에 주로 활용된다. CCL 업체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제품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제품 생산 여력이 줄었다. 두산의 전자BG 등 주요 소재 업체도 고성능 CCL 생산 중심의 증설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T-글라스 적용 기판 범위가 확대되면서 소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범용 소재까지 수급이 빡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전면적인 공급 부족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기판 업체가 일정 수준의 안전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소재 업체도 증설을 병행하고 있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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