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메모리 반도체 가격 오름세에 중동 정세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TV·스마트폰 등 세트(완제품)를 만드는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처럼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온 부문조차 올해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업계 전반에 비용 절감과 원가 관리 압박이 커지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가전·TV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회의에서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수준의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DX부문 부사장급 이하 임원은 10시간 미만의 항공편을 이용할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임원에게 비즈니스석이 제공됐지만 기존 부장급 기준을 임원까지 넓힌 것이다.
그동안 수익 부진으로 긴축 기조를 이어온 VD(TV)사업부와 DA(가전)사업부뿐 아니라 DX부문의 실적을 떠받쳐온 모바일경험(MX)사업부까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셈이다.
삼성전자가 DX부문 전반의 비용 관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대내외 경영환경이 더욱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세트업체들의 최대 사업 변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었다. 여기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계기로 시작된 대(對)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트 쪽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미 비용이 올랐는데 전쟁까지 터지면서 악재가 겹쳤다"며 "유류비, 물류비는 물론 반도체 외 다른 부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예상보다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갤럭시 S26 시리즈'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량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약화된 데다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치며 MX사업부의 연간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1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MX사업부가 올해는 5조원 안팎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년 새 60% 넘게 줄어드는 셈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0% 수준에서 올해 3~4%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민성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올해 2분기 정도 들어가면 영업이익을 내는 세트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애플, 삼성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기간 수요 둔화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전과 TV 사업 역시 사정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 DA·VD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도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가전과 TV 사업 부진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해당 부문 실적 악화로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5% 줄어든 2조478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7509억원 적자를 냈다. 인력 구조 효율화 과정에서 발생한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지출까지 더해졌다.
올해 역시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전자는 조직 효율화와 출장 최소화 등 비용 절감 기조를 지속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데, 당장 개별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나 원가 구조 혁신과 같은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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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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