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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7,500선 열렸지만, 착시 상승 경계해야"

과거 금융권에서도 IT 투자 확대와 함께 인력 감축이 병행된 사례가 많았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버와 인프라 비용이 인건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7,500선 열렸지만, 착시 상승 경계해야"

[고재학의 경제이슈 분석]

실적 장세 vs 밸류에이션 부담…PER 저평가, PBR 고평가 ‘엇갈린 신호’

강관우 “AI·반도체 낙관론 속 성장 둔화 변수…방향보다 종목 선택의 시장”

국내 증시가 중동 리스크를 딛고 빠르게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코스피는 6,900선을 돌파하며 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종의 ‘슈퍼 실적’이 지수를 견인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도 점진적으로 복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연내 7,500선은 물론 8,000선까지 제시하는 전망이 잇따르지만, 한편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경계도 동시에 제기된다.

지금 한국 증시는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국면일까, 아니면 속도 조절이 필요한 구간일까?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는 “현재 장세는 실적과 유동성이 결합된 상승 국면이지만 구조적으로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높은 만큼 낙관론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상승세는 분명하지만 구조적으로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의 체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는 것이다.

Q. 최근 코스피의 거침없는 상승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번 상승을 단순히 유동성 장세로 보기는 어렵다.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라면 업종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 같이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 상승의 중심에는 분명한 실적 개선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사실상 1, 2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이 2~3월 대규모 순매도 이후 일부 되돌림 형태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현물보다 선물 시장에서 누적 순매수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단기 방향성 변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유입 규모가 과거 매도 규모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유동성 장세’로 보기는 어렵고, ‘실적 중심 상승+제한적 유동성 유입’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Q. 현재 밸류에이션은 부담 없는 수준인가.

“지금 시장은 밸류에이션 해석이 매우 어려운 구간이다. 서로 다른 지표가 완전히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보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과거 10년 평균이 1배 수준인데 현재는 1.6배를 넘어서 고평가 구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PER(주가수익비율)로 보면 상황이 정반대다. 현재 약 8배 수준으로, 과거 평균인 10배 대비 오히려 저평가 영역에 위치해 있다. 이런 괴리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 급증 때문이다.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과거 7~8% 수준에서 최근 20% 이상으로 급등했는데, 그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때문이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코스피 전체의 약 60~70%를 점하고 있다. 결국 ‘실적이 너무 좋아서 싸 보이지만, 이미 주가는 많이 올라 있다’는 이중적인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단순히 하나의 지표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Q. 증권가의 코스피 7,500~8,000선 전망은 현실적인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 PER 기준으로 보면 현재 8배에서 과거 평균인 10배까지 리레이팅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론적으로는 7,500선 이상도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본질은 여전히 사이클 산업이다. 지금과 같은 초호황 국면에서의 이익을 기준으로 멀티플(주가를 기업의 수익∙자산∙매출 같은 지표로 나눈 값)을 끝까지 확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있다. 따라서 보수적으로는 PER 9배 수준이 적정하다고 본다. 이를 적용하면 코스피 상단은 대략 7,000~7,500선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구간부터는 상승 속도가 둔화되거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Q. 개인은 순매도, 외국인은 순매수 흐름인데 배경은.

“개인 순매도는 전형적인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하다. 지수가 빠르게 오르며 이미 상당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일부는 현금화에 나서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ETF 자금이다. 최근 몇 달 사이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장에서 ‘기계적 매수’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흡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기본적으로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개인이 서로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 매수할 때 개인은 매도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외국인 매수 규모는 과거 매도 규모에 비해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Q.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이유는.

SK하이닉스가 4일 12% 넘게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140만 닉스'에 올라섰다. 사진은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핵심은 ‘이익의 지속성’이다. 반도체 낙관론은 PER 기준 저평가를 강조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PER가 5배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이는 실적 대비 주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반면 보수적인 시각은 PBR이 이미 2배를 넘어섰고 향후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성장률의 방향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익 증가율이 매우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에는 증가 속도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7년에는 연간 이익 성장률이 20%대로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현재의 저PER은 ‘일시적으로 이익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일 수 있다. 그래서 일부에선 반도체를 더 이상 전통적인 성장주가 아니라 ‘고수익 가치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Q. AI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의 전통적인 사이클과 달라질 수 있나.

“과거보다 사이클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수요 측면에서 AI 확산으로 고객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특정 산업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 인프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기존 메모리보다 생산이 복잡하고 웨이퍼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생산량을 쉽게 늘리기 어렵다. 이른바 ‘공급의 역설’이 존재하는 구조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반도체를 사이클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미국 시장 평균 대비 낮은 PER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구조적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업황 변동성에 대한 경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Q. AI 투자 거품 논란은 어떻게 봐야 하나.

“일정 부분 합리적인 문제 제기라고 본다. 현재 AI 관련 투자는 수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하는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경쟁 환경상 투자를 줄이면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 있고, 계속 투자하면 현금 흐름 부담이 커진다. 결국 기업들은 단기 수익성보다는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 기대와 실제 성과 간의 괴리가 발생하면서 ‘버블 논쟁’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Q.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는데 어떤 의미인가.

“비용 절감이라기보다 ‘자원 재배치’로 보는 것이 맞다. 과거 금융권에서도 IT 투자 확대와 함께 인력 감축이 병행된 사례가 많았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버와 인프라 비용이 인건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마케팅이나 관리 등 비핵심 부문의 인력을 줄이고, AI 개발과 인프라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Q. 최근 나온 레버리지 ETF, 어떻게 봐야 하나.

“일반 투자자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상품이다. 레버리지 ETF는 상승과 하락이 모두 두 배로 반영되는 구조인데, 문제는 변동성이다. 주가가 단순히 오르내리기만 해도 복리 구조 때문에 가치가 점진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 특히 단일 종목 기반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 단기 트레이딩 목적이라면 활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오히려 원주를 보유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Q. 지금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전략은.

“지금 시장은 방향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무엇을 사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게임에 가깝다. 따라서 ‘추격 매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이다. 현재의 수익은 이미 지난 상승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지, 앞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기는 어렵다. 핵심은 세 가지다. 분할 매수, 업종 선별, 그리고 밸류에이션 점검이다. 반도체처럼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은 조정 시 접근이 가능하지만,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테마주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 시장은 ‘모두가 돈을 버는 장’이 아니라 ‘선택에 따라 성과가 크게 갈리는 장’이다. 결국 투자 성패는 시장 방향이 아니라 어떤 자산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고재학

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2024년  6월 뉴스버스에 공동대표로 합류했다가 2025년 5월부터 고문으로 물러나 경제평론가로 활동하며  칼럼 등을 기고하고,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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