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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 걷어내면 경기하방 위험 여전 [사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한국 기업사의 신기원을 열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의 그림자는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완만한 개선...

반도체 착시 걷어내면 경기하방 위험 여전 [사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한국 기업사의 신기원을 열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의 그림자는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였던 우리 경제가 중동전쟁 여파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등 수출 일부 품목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동발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우리 경제를 옥죌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설비 투자 회복세도 제약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진단도 내놓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표를 견인하는 '반도체 착시'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로 3월 수출은 전년 대비 48.3% 증가했으나, 이는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가 150% 이상 급증하며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 현장은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이라는 '3고(高)' 파고 속에 복합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은 생산 원가를 높여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소득을 갉아먹어 내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외 시선도 냉정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7%로 0.9%포인트 올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중동 사태라는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은 반도체의 깜짝 실적에 안주할 때가 아니라, 언제든 닥칠 수 있는 공급망 쇼크와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응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반도체 낙관론을 경계하고,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와 물가 안정 등 리스크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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