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반도체와 의약품에 쓰이는 핵심 원료 ‘브롬’ 공급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 브롬 수입의 약 98%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이 막힐 경우 반도체·화학 등 주요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국무역협회의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따른 산업 공급망 핵심 품목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석유화학 원료와 산업용 소재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중동 의존도, 대체 가능성, 산업 영향도 등을 기준으로 국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원유, LNG, 나프타, LPG, 헬륨, 브롬, 암모니아, 알루미늄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헬륨과 브롬은 반도체·전자·의료·화학 등 핵심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소재로, 공급 차질 시 공정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헬륨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냉각재로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지난해 국내 수입량의 약 64.7%가 카타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헬륨은 천연가스 처리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로 LNG 생산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며, 초저온 운송이 필요해 공급망 안정성이 특히 중요한 품목으로 꼽힌다. 최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 주요 생산시설이 영향을 받으면서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브롬 역시 의존도가 높은 대표 품목이다. 난연제, 의약품, 반도체 공정 등에 활용되는 브롬은 국내 수입의 약 97% 이상을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브롬화수소 역시 원재료를 이스라엘에서 조달하는 구조여서 공급망이 단일 축에 묶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브롬은 일부 화학물질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반도체 식각 공정 등에서는 대체가 제한적이다.
암모니아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국내 생산 기반과 일부 대체 수입선이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공정 중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이 같은 공급망 구조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중간재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산지 집중과 해상 물류 병목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수입선 다변화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조달 전략 전환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장기계약 중심 수급 방식에서 벗어나, 위기 상황에서는 실물 확보를 우선하는 조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핵심 공정에 대해서는 원료 회수 및 재사용 시스템 도입 등 자립형 구조로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진실 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중동발 충격은 산지 집중과 해상 병목이 결합한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단순 다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불가항력적 상황에서는 계약보다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한 만큼, 장기계약 중심에서 실물 확보형 조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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