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필요와 불필요를 명확하고 정교하게 구분하고, 현장 체감을 끌어올려야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정부가 국가 차원의 규제정책을 더욱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 개혁 추진체계를 28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이번 개편의 주요 핵심은 기존 국무총리·민간 공동위원장을 맡던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규제합리화위원회’로 확대·격상하고 민간 부위원장 직위를 신설하고, 민간위원 참여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민간 중심의 규제 합리화 추진 기반을 강화한 것이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격상함으로써 실행력을 기반으로 개편한 ‘규제합리화위원회’를 통해 규제 구조개혁을 보다 더 강력히 추진한다는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방침으로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직접 주도하고 손수 챙기는 ‘선제적’인‘성과 중심’에 초점을 맞춘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리더십(Leadership)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무위지치(無爲之治)’를 넘어 부처 간 갈등을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조율하고, 막강한 권한을 장악한 이른바 ‘규제개혁 차르(Czar)’ 도입 의지까지 밝히며 고강도 규제 철폐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첫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 회의를 주재하고 “‘통상 국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국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정리하는 것에 더해 규제 시스템을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 즉 국제 표준에 맞춰가야 한다.”라며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규제들을 합리화하고 첨단 산업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첨단 산업 등에서 규제를 전부 허용하되 금지 사항만 법이나 규정에 명시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장 잠재력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규제개혁은 반드시 해내야 할 숙제이자 시대적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대한민국 대도약 대전환의 원년을 맞아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 위해 추진체계부터 바꿨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이끄는 새 위원회는 규제개선 과제를 더 빠르게 결정하고 부처 간 엇갈린 문제도 강하게 조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국정 전반을 장악하려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그립(Grip)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위원회 권고 사항을 두고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 “위원회는 신중하게 부처로 제안하고, 부처는 검토 후 시행 여부를 피드백(Feedback)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위원회는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데 부처는 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이 나면 대통령실로 보고해 달라. 그러면 제가 정리를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최고 권력자가 규제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갈등 조정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물론 모든 규제가 근본적으로 나쁜 건만은 결단코 아니다. 국민 생명과 안전, 환경 등과 관련해 필요한 규제도 있다. 문제는 현장의 필요보다 당국의 필요가 반영된 규제다. 이재명 대통령도 “여전히 지금의 규제는 현장의 필요보다는 규제 당국의 필요에 의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규제 체계는 새로운 산업, 신생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 관련 규제는 총량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수렴하는 대신 중복·비효율을 내포하는 ‘계단식 규제’라는 단점을 보인다. 중소기업 꼬리표를 떼는 순간 규제는 57개에서 183개로 늘고, 대기업에 오르면 최대 343개까지 폭증하는 현실은 이를 방증(傍證)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비합리적 구조로 혁신과 투자 의지를 약화(弱化)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148명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연구 전념에 방해되는 규제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60여 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설문에서 한국의 경영 환경 선호도는 11.8%로 싱가포르(58.8%), 홍콩(17.6%)에 크게 뒤졌다. 특히 응답 기업의 68.8%가 한국의 규제 환경을 ‘제약적’ 또는 ‘매우 제약적’이라고 평가했다. 결단코 허투루 여길 사안이 아니다.
산업구조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맞춰 탄력적으로 신축성 있게 운용하고 충돌하는 규정을 유연하게 합리적으로 조정해야만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인공지능 투자를 위해 ‘벽’을 없애 달라는 산업계 요청을 반영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첨단전략산업 금산분리 규제 완화)이 4개월째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건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지난해 말에 정부 부처 간 협의까지 마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법안 발의 시점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근로자의 안전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3조 개정안)’에 따라 하청노조와 교섭을 해야만 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이래서 하청기업의 안전관리에 개입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은 ‘규제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국민과 기업의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혁신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거듭거듭 반복해 왔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국가 차원의 규제정책을 보다 전략적·공격적으로 추진하고자 ‘똑똑한 규제, 더 앞서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Slogan) 아래 ▷한발 앞선 ▷환경변화에 유연한 ▷성과 지향 ▷국민이 체감하는 ▷현장과 함께하는 ‘모두의 규제 합리화’라는 5가지 방향으로 규제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이날 회의에선 메가특구에 최고 수준 규제 특례와 재정·세제·인력·R&D를 아우르는 정책지원패키지를 제공하여 대규모 기업투자를 맞춤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메가특구는 ‘5극 3특’과 연계하여 지역경제 성장과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핵심 성장거점이다. 메가특구를 통해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앵커·협력기업과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지역별 특화산업을 집적하여 ‘5극 3특’의 지역 균형성장과 국가전략산업 육성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기술창업·제도의 7대 통합 지원패키지를 제공하여 전폭적인 투자 인센티브(Incentive) 및 기업 활동 기반을 조성한다. 정책지원패키지로 데이터 팩토리 구축, 특화단지 지정 우대, 국민성장펀드 등 펀드·보증 지원, 특구 내 로봇-AI-수요기업 연계, 공공조달 확대 등을 제공하여 로봇 혁신 인프라를 집적하고 지역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이를 위해 가칭 「메가특구특별법」을 국회와 협의를 통해 올해 안에 제정할 계획이며, 법 제정 이후 ‘메가 특구’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규제개혁은 아무리 방향이 옳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규제개혁 성패는 실행력에 달렸다. 그동안 규제개혁은 강화와 완화라는 이분법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과거에도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은 정권 초에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됐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하겠다고들 큰소리만 외쳐댔을 뿐, 모두 상징성만 컸지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부처 간 이해충돌, 정치적 논쟁, 법·제도 정비 지연이 반복되면서 개혁 동력의 약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규제개혁의 가시적(可視的)인 결실(結實)로 이어지지 못하고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요란(搖亂)과 야단법석(惹端法席)으로 지지부진(遲遲不進)하거나 지리멸렬(支離滅裂)에 그쳤을 뿐이다. 부처 간 칸막이와 기득권 저항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렵더라도 과감하게 동시에 신중하게 규제개혁을 실행할 때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정부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할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발목 잡아서는 결단코 안 된다.
규제개혁은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한 사안인 만큼 최고 권력자의 결단 없이는 실행되기 어렵다. 인가·허가 절차 단축은 물론 걸림돌 제거로 행정 간소화와 민원 편의 도모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당연히 동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규제 완화가 요란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투자 결정과 사업 실행으로 이어져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자 관건이다. 연구개발 분야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연구자의 85%가 연구 몰입을 저해하는 규제가 존재한다고 한다. 첨단 기술 경쟁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 된 상황에서 이러한 제약은 의당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정부가 발표한 ‘메가특구’ 전략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바이오,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초광역 단위의 특구를 조성하고 네거티브(Negative) 규제와 신속 인가·허가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규제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이어서 의미와 가치를 더한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전 주기에 걸친 규제 혁신이 당연히 병행돼야만 한다. 그러나 국민 생명과 안전, 환경과 직결된 규제는 결단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도 각별 유념해야만 할 의미와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필요와 불필요를 명확하고 정교하게 구분하는 지혜와 안목 그리고 예지력을 키우고, 현장 체감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장기적 성장 잠재력 둔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 산업 경쟁 심화라는 삼중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은 고유가와 고환율 그리고 고물가를 부추기며 우리 경제를 더욱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러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규제개혁은 가장 효과적인 돌파구로 기능하고 작동할 수 있다.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구조를 그대로 방치(放置)하고 방관(傍觀)하며 방임(放任)하고 방기(放棄)한다면 어떤 산업 정책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고 규제개혁은 요원(遼遠)할 뿐이다.
규제 합리화는 국가 경쟁력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과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이 달린 시대적 요구(要求)이다. 반향(反響) 없는 요란한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를 견인하고 만들어 낼 실행만이 필요하고 첩경이자 정답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성과 거양(擧揚)을 원한다면 전례 없는 속도와 결단 그리고 의지와 투혼이 필요하다. 차제에 우리 경제의 해묵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반드시 해소해야만 한다. 노동을 보호하되 기회를 닫아서는 안 되고,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되 노동의 불안을 방치해서도 결단코 안 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경제 활력을 갉아먹는 병폐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동이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게 근본 개혁이다. 규제개혁은 기업의 눈높이에 맞게 선제적·공격으로 추진해야만 한다. 규제 혁파의 성패는 말이 아니라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달렸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시대적 요구이자 준엄한 역사적 명령임을 각별 유념하고 국가역량을 총력 집중하여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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