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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밀물썰물] ‘재정자립도’라는 주술

는 13일 부산 16개 구·군 재정난이 주민의 복지, 생활 인프라, 안전 등 필수 사업마저 위태롭게 한다고 보도했다. 지자체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지역민 삶의 질에까지 경고등이 켜진 대목은 참담하다.

[밀물썰물] ‘재정자립도’라는 주술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좋은 지표이기를 멈춘다. 굿하트의 법칙이다. 경제정책에 널리 인용되는 이 개념은 지자체 재정난 구조를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 세입에서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본래는 지방재정 지표였지만 성적표로 변질되면서 비수도권의 족쇄가 됐다. 독자적인 과세 권한이 없는 지자체로서는 애당초 100%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기업, 대학, 병원, 문화시설, 교통망, 고소득 일자리의 블랙홀이 되고 부동산 가격 상승, 법인세 세수 증가, 인재 유입이라는 이익을 얻는다. 반면 비수도권은 청년 유출, 세원 감소, 빈집 증가, 학교·병원 축소, 지역경제 침체로 손실을 떠안는다. 일본이 도쿄에서 걷은 법인세 일부를 지방에 재배분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프랑스가 파리에서 사무실세를 걷어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수도권 집중으로 얻은 이익을 환원하려는 취지다.

최근 논란이 된 미래대응기금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재판이다. 지방 입장에서는 교부세로 자동 배분될 재원의 일부가 중앙 기금에 편입되는 것에 불과하다. 지방이 포괄적으로 쓸 수 있는 교부세가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 계획에 따라 다시 내려오는 기금으로 바뀌는 건 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부산일보〉는 13일 부산 16개 구·군 재정난이 주민의 복지, 생활 인프라, 안전 등 필수 사업마저 위태롭게 한다고 보도했다. 지자체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지역민 삶의 질에까지 경고등이 켜진 대목은 참담하다. 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커지고, 지역경제 침체로 세원은 줄고, 중앙 보조 사업에 지방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된 구조가 원인이다. 지난해 북구(8.57%)와 영도구(8.53%) 재정자립도는 10%에도 못 미쳤다. 강서구(31.4%), 기장군(24.9%), 해운대구(21.3%)만 20%를 넘겼다. 교부세와 보조금에 매달리는 ‘구걸형 지자체’가 많아질수록 줄 세우거나 시혜를 베푸는 듯 생색내기도 쉬우니 정부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재정자립도를 호명할수록 지방은 움츠러들고 중앙 의존도는 심화한다. 일종의 주술 효과다. 지방이 충분한 과세 자율권을 갖고 있었다면 중앙 예속의 덫에 걸릴 일도 없었다. 낮은 재정자립도 자체가 아니라 철옹성 같은 중앙집권적 세입 구조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중앙이 만들어 준 규칙 안에서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재정자립도를 이용한 중앙의 통제 구조를 깨뜨리지 못하면 지방의 미래는 암울하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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