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내분비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함께 ‘내분비 대사질환 극복을 향한 동행’이란 주제의 포럼을 처음으로 열었다. 근래 비만과 당뇨병, 골다공증 등 몸속 호르몬 기반의 내분비 질환이 급증하고 치료 신약 등 이슈가 부각되면서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덩달아 왜곡되고 과장된, 선정적 보도 또한 없지 않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는 건강 정보를 가장한 식품 광고가 판을 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의사, 가짜 뉴스도 등장한 상황이다. 의학·건강 정보의 생산과 유통 주체가 전문가에서 알고리즘과 AI로 넘어가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되기 십상이다.
문제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런 오정보가 정확한 정보보다 더 빨리 퍼진다는 점이다. 건강 오정보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훼손하고 치료 거부나 중단 등으로 이어져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전문 학회와 기자 단체의 ‘동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의학·건강 관련 보도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의학 성과의 신속한 전파, 공중보건 인식 증진, 환자의 알권리 충족 등 순기능이 있는 반면, 자극적이고 편향적 보도, 불필요한 공포나 오해 유발, 환자의 치료 순응도 저하, 진료 현장의 혼란 등 역기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미디어 생태계에선 역기능을 감안해 더 신중한 자세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잘못된 건강 정보의 유통이 불러온 잠재적 영향력은 크다.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신약의 경우 미디어가 체중 감량 효과만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을 자극적이고 편향적으로 보도하면서 환자들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거나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는 게 의료 현장의 전언이다. 예를 들어 ‘비만약이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부작용 위험을 부각하며 불필요한 공포를 조성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치료가 꼭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하지만 전 세계 주요 규제기관의 정밀 조사를 통해 해당 약물과 자살 충동 사이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골다공증 치료약 역시 ‘턱뼈 괴사’라는 극히 드문 부작용이 공포스럽게 묘사되면서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들이 임의로 투약을 중단해 결국 사망률이 증가하는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졌던 사례가 있었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먼저 언론의 신중치 못한 보도에 있겠지만,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Digital Health Literacy)’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나 국민들은 건강 정보의 검색에는 능숙해졌지만 정보를 이해하고 신뢰성을 판단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특히 내분비 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고 수치 해석이 복잡해 환자들이 자극적인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건강 오정보 유통의 문제는 내분비 질환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 영역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 같은 온라인 영상 매체가 주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건강 정보 과잉 시대에는 정보 검색보다 ‘필터링’이 중요하다. 전문 학회와 언론의 게이트 키핑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서로 협력해 신속하게 팩트체크 대응을 하고 검증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건강 정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진료실 밖으로 자주 나와야 한다. 학회 소속 의사가 직접 제작·검수한 영상 콘텐츠가 환자 치료 순응도를 20~30%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의료진과 학회가 침묵하는 사이 비전문가들이 채워버린 공간을 다시 신뢰와 전문성으로 채워야 한다. 내분비학회가 최근 미디어대응특임위원회를 만든 것은 잘한 일이다. 언론은 전문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 제대로 된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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