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들이 1일 공식 출범하며 향후 4년간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끌어갈 대항해의 닻을 올렸다.
다수의 단체장이 화려한 의전 중심의 취임식을 과감히 생략하거나 간소화하고 첫날부터 곧바로 민생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는 작금의 지역 경제 현실이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을 만큼 엄중하다는 사실을 단체장들 스스로가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지자체들이 직면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촉발된 장기적인 경기 침체는 지역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여기에 저출생과 급격한 고령화 그리고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지방 소멸'의 공포는 이제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재정자립도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교부금 없이는 독자적인 사업조차 구상하기 힘든 '무늬만 자치'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민선 9기 단체장들이 마주한 이 같은 과제들은 단순히 4년 동안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생존을 걸고 정면 돌파해야 할 생사의 문제들이다.
새롭게 취임한 지자체장들에게 가장 먼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 행정'이다.
선거 과정에서 도민과 시민, 군민들에게 고개 숙이며 약속했던 수많은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주민들과 맺은 엄숙한 사회적 계약이어야 한다.
진정한 자치 행정은 거창한 구호나 대규모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매일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골목상권을 살리고 촘촘한 복지망을 구축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어 지역 주민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실용 행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단체장들은 중앙정치나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오직 지역민만을 바라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여야의 정쟁터가 아니라 주민의 행복을 일구는 생활 행정이다.
지역 발전과 민생 안정을 위해서라면 설령 정당이 다른 전임자의 정책일지라도 과감하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4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도 길기도 않다.
임기가 끝나는 날 주민들로부터 기억되는 단체장은 화려한 취임사를 낭독한 자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고 삶을 바꾼 사람이다.
서약한 취임 선서의 무게를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위기의 지역 사회를 구하고 모든 도민과 시민, 군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풍요롭고 안전한 일상을 열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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