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하나의 신념 이상이다
The Wall Street Journal
2026.07.10 17:58
2026.07.11 00:19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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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미국인들은 여느 때처럼 누가 진정한 미국인인지, 미국인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필자는 기념일을 앞두고 미국의 정체성을 중심 주제로 삼은 두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에서 나는 특정 주장에 정중히 반박했다. 미국을 ‘신념의 나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며, 독립선언이 그 미국적 신념을 가장 명확하게 밝힌 문서라는 것에 대해서다. 독립선언은 세계를 바꾼 중대한 의미의 문서다. 하지만 일련의 사상만으로 설명하기에 미국은 훨씬 복잡한 국가다.
인종·혈통 넘어선 美국민 정체성
누군가 ‘미국이 신념의 나라’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캐롤라이나에서 자란 내 경험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통틀어 단 한 번도 나와 이웃의 ‘미국인 정체성’을 신념의 문제로 생각한 적이 없다. 우리는 어떤 사상 체계를 믿기 때문에 미국인인 것이 아니다. 튀르키예인이 자신을 튀르키예인으로 느끼고, 프랑스인이 자신을 프랑스인으로 느끼듯, 우리는 미국인이라고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오늘날 일부가 말하는 ‘혈통적 미국인’ 정체성을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어린아이의 눈에도 미국에 단일한 인종이나 민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1950년대 미국 남부가 세계적 용광로이던 것은 아닐지 몰라도 흑인은 백인만큼이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고 누구 못지않게 미국인이었다.
‘신념 국가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독립선언 사본을 들고 내게 다가올 때, 나는 그들의 뜻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나의 이견은 여전하다. 독립선언은 학자들이 발표한 정치학 명제의 모음이 아니다. 그것은 ‘식민지들의 선량한 인민의 이름과 권위로’ 발표된 문서였다. 독립선언은 이렇게 말한다. “인류사의 흐름 속에서 한 인민이 자신을 다른 인민과 연결해 온 정치적 결속을 해체하는 것이 필요해질 때…”. 독립선언에 열거된 원칙이 건국자들에게 자명했던 것처럼 미국인이라는 한 인민의 존재 역시 그들에게는 자명했다.
다를 자유가 잇는 '기억의 현(絃)'
식민지 시대 이후 미국인은 여러 부족으로 이뤄진 하나의 부족이었다. 미국인의 정체성과 유대인의 정체성은 비슷한 길을 따른다. 유대교에는 그 나름의 신조와 가치가 있지만, 유대 민족은 결코 어떤 합의된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다. 동질성이 핵심이던 적은 없다. 유대인 정체성의 의미를 두고 논쟁하는 것 자체가 유대 문화의 특징적인 요소다. 현대 시오니즘의 창시자인 테오도어 헤르츨은 무신론자이고, 한때 오스트리아 유대인의 집단적인 가톨릭 개종을 제안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헤르츨은 유대인이었다.
미국인의 정체성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미국인은 혈통과 토지의 유대로 묶인 하나의 민족 집단으로 축소될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단지 일련의 정치적 사상에 대한 공통의 동의만으로 연결된, 뿌리 뽑힌 세계 시민들의 무작위 집합인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첫 취임 연설에서 언급한 ‘기억의 신비로운 현’은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은 중요하다. 미국의 의미를 두고 오래도록 다투기를 바란다. 서로 다를 자유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 규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원제 : America Is More Than a Cr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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