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내 최대 사업으로 추진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에는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 GDDR, 기업용 낸드 등 각종 제품이 대량 투입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 주축인 오픈AI와 오라클이 최근 사업을 축소하며 대형 수주 기회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와 오라클은 함께 추진하던 미 텍사스주(州) 애빌린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확장 건물이 완공될 시점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칩 ‘베라루빈’이 출하될 예정인데, 기존 데이터센터에서는 현세대인 ‘블랙웰’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호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계획 백지화의 주된 이유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부지 안에 서로 다른 세대의 AI칩을 사용하는 것 보다 베라루빈은 별도의 다른 부지에 모아 배치하는 게 낫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AI칩 세대가 달라지면 데이터센터 설계가 대폭 수정돼 이에 대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오픈AI와 오라클이 확장 공사를 철회한 것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동력 상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철회 사실이 보도되자 시장도 즉각 반응해 지난 6일(현지시간)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의 주가가 각각 3.01%, 6.74% 하락했고, 9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91%, 9.52% 떨어지기도 했다.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가 5000억달러(약 747조원) 규모로 합작 추진한 스타게이트는 추진 1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 성과가 없다. 3사는 프로젝트 발표 직후부터 역할 분담과 파트너십 구조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는 먼저 1000억달러(약 149조원)를 우선 투입해 10GW(기가와트) 규모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인력 충원을 못하고 건설도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오픈AI는 의욕적으로 나섰던 초창기와 달리 현재 사업 참여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당초 오픈AI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직접 참여하려던 계획에서 한발 물러나 데이터센터 인프라 설계만 맡기로 했다. 데이터센터 보유는 소프트뱅크와 오라클에 맡기면서 직접 돈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리스크에서 벗어난 것이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에 큰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가 컴퓨팅 조달에 따른 비용 지출 확대로 매출 총이익률이 예상보다 낮아졌고 2030년까지 컴퓨팅 비용 전망치도 4500억달러에서 6650억달러로 상향 조정되며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오픈AI도 스타게이트를 ‘최우선 과제’에서 힘을 빼는 양상이다.
투자 계획도 축소했다. 올트먼 CEO는 2030년까지 1조4000억달러(약 209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절반 미만인 6000억달러(약 896조원)로 투자 계획을 수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픈AI가 애빌린 데이터센터 확장을 포기한 뒤, 오라클은 다른 고객을 찾아 그 자리를 채우려 했으나 결국 계획을 아예 접었다고 디 인포메이션은 보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올트먼 CEO가 지난해 10월 1일 서울 서초 삼성타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스타게이트의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으로 인해, 대규모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 기대감이 다소 식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스타게이트 구축에 막대한 양의 첨단 메모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방한한 올트만 CEO를 직접 만나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공급하고,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 구축, 운영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당시 KB증권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설비를 확보하고 있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최적의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HBM 공급자 글로벌 1위인 SK하이닉스도 스타게이트 밸류 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손꼽혔으나, 스타게이트 축소로 인해 발주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놓이며 대규모 HBM 수주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HBM 수요 자체는 워낙 높아 스타게이트 없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물량은 내년까지 완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재용·리사 수 회동 임박… 'HBM 공급 확대' 변수 될까
메모리 가격 '고공행진'…KB증권, 삼성전자 목표가 32만원 제시
한국 인재 확보에 전 세계 빅테크 몰린다… '억대 몸값'
SK하이닉스, 에픽센터 합류… 'R&D 장기과제' 공동수행
[특징주] 시지메드텍, 골대체재 말레이시아 허가 소식에 이틀째 강세
신한운용 ‘SOL AI반도체소부장 ETF’, 순자산 1조 돌파
“파업 안 하면 전배·해고”…삼성전자 노조, 직원들 압박 논란
천성윤 기자
다른기사 보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