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위에 포개진 삶…사진으로 펼친 ‘섬진강 지리지’
우리문화사진연구소 ‘섬진강 이야기 사진전’…29일까지 드영미술관
발원지부터 망덕포구까지 223㎞ 여정…이립·박철수 등 7명 작가 결실
2026년 09월 13일(일) 20:35
송은순 작 ‘순천 천자암 쌍향수’ (천연기념물·2024년)
‘강은 문명의 발상지다.’
강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보편적인 표현이다. 오늘날 인류의 문명이 강을 토대로 꽃을 피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래된 도시들은 예외 없이 큰 강을 근거지로 태동하고 발전했다.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던 고대도시뿐 아니라 현대 도시들도 강을 연해 들어섰으며 도시 문명을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강은 종교와 역사, 사상, 문화, 예술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범박하게 말한다면 인류의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 강으로부터 연유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전남광주시, 경상남도에 걸쳐 흐르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긴 강이다.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에 있는 데미샘에서부터 하구인 광양 망덕포구까지 223㎞에 이른다.
이립 작 ‘구례 서시천 징검다리’
섬진강의 자연과 역사, 문화와 삶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화제다.
전남광주시,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우리문화사진연구소 사진가들이 2년 반 동안 현장을 누빈 결실이 관람객을 맞고 있는 것. 지난 4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동구 드영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섬진강 이야기 사진전’에는 김금옥, 김성민, 박종훈, 박철수, 송은순, 오상조, 이립 등 모두 7명 사진가가 참여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2회씩 30개월가량 발품을 팔아 풍경을 기록했다. 이들은 “한반도 남녘에서 가장 조용하고 깊은 목소리로 증언하는” 섬진강을 그렇게 시각 언어로 옮겼다. 작업은 강을 찍는 데 있지 않고 ‘읽고 사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연하 미술비평가(공간풀숲 디렉터)는 “이 사진들은 풍경의 채집이 아니라 한 유역(流域)을 체계적으로 기술(記述)하려는 의지, 곧 지리지(地理志)를 다시 쓰려는 기획”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사진가들은 상류에서 하류로 물길의 순서를 따라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언급한대로 발원지 데미샘에서 광양 망덕포구와 배알도에 이르는 강의 일생을 탐색했다. 최 미술비평가에 따르면 “한 폭의 긴 두루마리 그림, 곧 장권(長卷)의 구조”로 마치 두루마리를 오른쪽에서 한 자락씩 펼치는 동안 시선이 이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와 유사하다.
사진들은 크게 4개의 항목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우리문화연구소 사진가 회원들이 오는 29일까지 동구 드영미술관에서 ‘섬진강 이야기 사진전’을 진행 중이다. 박철수 작 ‘임실 옥정호 붕어섬’.
먼저 ‘산천, 형승’은 데미샘과 백운동 폭포를 비롯해 마이산과 반야봉에서 내려다 본 강과 산의 모습이다. ‘고적’은 곡성 태안사의 광자대사탑과 적인선사탑, 연곡사의 동·북 승탑, 임실 신평의 윷판형 암각화, 남원 만복사지의 석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람살이의 다채로운 모습과 문화, 바람 등이 투영된 ‘풍속’ 사진도 있다. 임실 필봉 농악, 남원 보절 삼동굿 당산제, 구례 마산 남악제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업과 거주’로는 산동 산수유마을과 평사리 악양뜰, 화개 장터가 포함된다.
사진가들은 전시와 아울러 ‘섬진강’(도서출판 윤진)이라는 물길의 지리지를 담은 책도 펴냈다.
최 미술비평가는 “책과 전시는 한 장의 사진을 한 항목으로 삼아 섬진강 유역 전체를 사진으로 편찬한 한 권의 지리지로 구성한다”며 “옛 지리지가 붓과 활자로 땅의 골격을 세웠다면, 이들은 렌즈와 인화지로 그것을 다시 세운 셈”이라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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