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
나를 따라다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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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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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따라와?” 물음이었지만 실은 느낌표였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뒤를 다른 한 사람이 따라가고 있었다. 뒤쫓는 느낌은 아니었다. 걸음걸음이 애걸복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애절하게 한 걸음, 복받쳐서 또 한 걸음. 뭔가 단단히 잘못한 사람이 짓는 표정이 애처로웠다. 따라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아마도 따라잡힌 사람과의 대화일 것이다. 대화의 끝에 용서가 있기를 바라기도 할 것이다. 호기심이 더 커지기 전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따라가는 시선을 멈추었다.
자꾸 따라오는 것을 생각하다 나를 따라다니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먼저 호기심. 호기심 덕분에 나는 따라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동선을 따라가고 다음 장면이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하게 되었다. 여기서 저기로 건너뛰고 생각에서 생각으로 넘어가다 예상치 못한 곳에 도착하기도 했다. 따라다니는 사람은 도중에서 발견한 것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진다.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줄곧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기회나 운도 사람을 따라다닌다. 운 좋은 사람,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 존재하겠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보통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운 좋은 사람이지만, 애초에 복권을 사지 않았다면 당첨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복권을 처음 산 게 아니라 아마도 매주 꾸준히 샀을 가능성이 크다. 사방에서 손을 내밀고자 하는 사람의 과거에는 분주히 발품을 들인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능력을 기르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데 선뜻 그 사람을 찾지는 않는다. 기회는 불현듯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것을 만들고자 애쓴 시간을 동반한다.
따라다니는 데 능한 것을 따지자면 징크스만 한 게 없다. 징크스는 심리적인 것에 가깝지만, 반복되면 별수 없이 순응하게 된다. 입술이 건조한 나는 립밤이 없으면 말을 버벅대는 일이 잦다. 불안으로 인해 실수하는 것이겠지만, 불안을 틀어막기 위해서라도 립밤을 구하러 약국이나 편의점을 찾는다.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도 징크스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면 구실을 찾는 게 사람의 심리다.
미련과 죄책감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늘로 숨어도 잠시뿐이다.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우리를 옭아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따라다닌다는 것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련이 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도 있다. 죄책감은 우리를 어떤 순간에 잡아두지만, 그 순간을 쉬 떨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신이 거기에 영향받고 있음을 일러준다. 죄책감이 있기에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따라다니는 것은 상호작용에 가깝다. 내가 어떤 것을 먼저 따라갔기에 다른 어떤 것이 나를 따라오게 된 것이다. 좇음과 쫓음이 있는 삶의 매 순간에 우리는 따라다니고 있다. 이상을 좇아 불쑥 타국으로 떠나고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할 일을 마치는 게 사람이다. 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그간 내가 따라다니고 있던 게 무엇인지 보일 것이다. 따르는 것은 더불어 일어나는 일이다.
오은 시인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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