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헌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인천시는 2024년부터 추진해오던 인천 F1 그랑프리 대회 유치를 결국 포기했다. 지난 시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했던 세계적인 스포츠 빅 이벤트 유치가 새로운 시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F1 유치에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인천시는 전담 부서까지 설치하며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올해 초 연구기관의 경제적 타당성 조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으며 추진에 탄력이 붙는 듯했으나, 지방선거와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담당 조직이 해체되고 관련 예산도 반납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국제 스포츠 빅 이벤트는 단순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회 이후 시설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2005년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 과정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F1 유치를 예사롭게 바라볼 수 없었다. 당시 안상수 시장 재임 시절 대회를 유치했지만, 정권 교체로 송영길 시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서구 주경기장 건립을 놓고 지역 주민들과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다.
당시 당선인 자격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를 방문해 별도의 주경기장 건립이 반드시 필요한지 확인했고,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고 돌아왔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의 강력한 건립 요구로 결국 4,000억이 넘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이 건립됐다. 대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사후 활용사업을 찾지 못한 채 막대한 관리비가 투입되고 있다.
이 경험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대회를 유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대회가 끝난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이다.
인천시는 F1 유치를 통해 글로벌 도시 이미지를 확보하고 세계 톱10 도시로 진입하며, 송도와 인천국제공항을 연계한 관광 허브로 도약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1조 원이 넘는 사업비로 인한 지방재정 부담, 송도 도심 서킷에 따른 교통 혼잡과 소음 등 환경 문제를 우려했다.
결국 국비와 민간 투자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재정만으로 대규모 사업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F1 유치 포기를 단순한 실패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천 스포츠산업의 방향을 새롭게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천은 바다와 섬, 갯벌,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춘 도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해양레저 스포츠와 자연환경을 살린 에코스포츠, AI 시대에 걸맞은 e스포츠 등 인천만의 특색 있는 스포츠 이벤트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규모가 큰 국제대회를 무조건 유치하기보다 인천의 재정 여건과 도시 특성, 시민의 요구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스포츠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 F1 유치가 무산된 지금이야말로 인천의 바다와 섬, 공항과 항만, 첨단도시라는 강점을 활용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인천형 스포츠 이벤트’를 고민할 때다.
대회의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대회 이후에도 남는 가치다. 인천이 찾아야 할 것은 세계적인 대회 하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시민에게 사랑받고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인천만의 스포츠 콘텐츠다.
/이종헌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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