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암아회’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문경시 영순면 백석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암아회 제공
초여름 정취가 짙어진 문경의 정자가 하루 동안 문화유산 답사장과 야외 공연장으로 변했다.
문경을 대표하는 백석정과 병암정, 주암정을 차례로 둘러보며 정자의 역사와 건축적 의미를 배우고, 전통예술과 음악 공연을 함께 즐기는 ‘주암아회(舟巖雅會)’가 지난 17일 문경시 영순면 백석정, 호계면 병암정, 산북면 주암정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을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되살리는 방식으로 진행돼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버스를 타고 지역 정자를 돌아보는 ‘문화나들이’ 형식으로 꾸며졌으며, 사전 모집 인원 40명이 조기 마감될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컸다.
한 참가자는 “문경에 살면서도 정자에 담긴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것은 처음”이라며 “해설을 듣고 음악까지 함께 들으니 문화재가 멀게 느껴지지 않고 살아 있는 공간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문화요일’ 사업의 경북 문화주파수 채널054 ‘들락날락 문경’ 프로그램과 문경시 지역문화행사 ‘컬처라인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연계해 마련됐다. 주암정사랑회가 주최하고 경북북부권문화정보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 로컬과문화연구소가 공동 주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 문경시, 지역문화진흥원, 경북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참가자들은 문경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앞에서 출발해 영순면 백포리 백석정을 먼저 찾았다. 현장에서는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색소폰 공연이 열려 답사의 시작을 알렸다. 정자의 유래와 주변 자연환경에 대한 해설이 더해지면서 참가자들은 평소 지나치기 쉬웠던 지역 문화유산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호계면 봉서리 병암정에서는 정자의 역사와 의미를 듣고 봉서리 삼층석탑, 봉천사 일대를 둘러봤다. 고택과 자연을 배경으로 한 해금 연주는 답사의 분위기를 한층 차분하게 만들었다.
행사의 중심 무대는 산북면 주암정이었다. 주암정에서는 문화해설을 시작으로 내방가사 낭송, 국악 공연, 기타·색소폰 연주, 서예 퍼포먼스, 시 낭송 등이 이어졌다. 현장에는 참가자와 시민 등 100여 명이 함께해 정자 마당을 채웠다.
이번 행사는 지역 문화유산을 ‘보는 문화재’에서 ‘머무르고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자는 과거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학문과 교류, 풍류를 나누던 공간이다. 현대에는 접근성이 낮거나 역사적 의미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시민 일상과 거리가 생긴 경우도 적지 않다.
문경시는 이번 프로그램처럼 답사와 해설, 공연을 결합한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 문화유산의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정자와 고택, 마을 자원을 연결하면 관광 콘텐츠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생활문화 기반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정창식 주암정사랑회 회장은 “무더운 날씨에도 주암아회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행사가 우리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문태 경북북부권문화정보센터 이사장은 “앞으로도 경북 북부권의 우수한 문화자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활밀착형 문화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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