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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무료 군내버스 타고 산청 청년들이 만든 '느린 여행' 가볼까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무료 군내버스 여행길 참가자들이 산청군 금서면 화계마을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있다.

무료 군내버스 타고 산청 청년들이 만든 '느린 여행' 가볼까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무료 군내버스 여행길 참가자들이 산청군 금서면 화계마을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

산청 무료 군내버스를 타고 시골 마을에 내려 걷는다.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가는 길을 찾는 대신 버스 시간에 몸을 맞추고, 정류장에서 내려 동네 골목과 시장, 옛길을 천천히 돌아본다.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여행길 ‘지리산사잇길로’가 최근 첫 여행객을 맞았다. 이는 지역 청년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이로컬’ 사업의 하나다. 송한나 있다 사무국장이 총괄기획을 맡고 산청 청년과 주민 7명이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를 승용차로 연결하는 기존 여행 방식에서 벗어나, 산청 군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군내버스를 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여행을 구상했다.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 산청의 자연과 마을, 사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산청군은 지난해 5월 1일부터 농어촌버스 무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청년들은 매달 한 차례씩 모여 의논하고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모두 6개 코스를 만들었다. 그 결과를 ‘군내버스 타고 느리게 떠나는 산청여행 안내서’ 형태 여행 안내지로도 제작했다.

지난 4일 그 가운데 금서·덕산·신등 3개 코스를 이날 산청 밖에서 온 참가자 20명과 함께 걸었다. 코스마다 5~8명의 참가자와 안내자 2명이 움직였다.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산청 군내버스 여행 안내서. /이서후 기자

구형왕릉까지 걷고 쉬는 금서

금서 코스 주제는 ‘금서에서 동의보감촌까지-걷고, 쉬고 치유하는 하루’다. 참가자들은 군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창밖으로 시골 풍경을 보고 마을길을 걸었다. 금서면 화계마을을 돌아보고 구형왕릉도 찾았다. 젓가락 만들기 같은 체험도 일정에 넣었다.

빠르게 여러 곳을 돌아보기보다 걷고 쉬는 시간을 충분히 두었다.

한 참가자는 “동네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옛날 흔적과 지금 모습을 보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동네가 조용하고 예뻤고 구형왕릉도 좋았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는 시간 자체도 여행 일정이었다. 참가자들이 꼽은 좋았던 활동에는 ‘버스 타고 산청 풍경 바라보기’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무료 군내버스 여행길 참가자가 화계마을 오래된 담장을 살펴보고 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

남명 따라 걷다가 시장에서 5000원 장보기

덕산에서는 ‘은둔선비를 따라 마음 비우기’를 주제로 길을 걸었다.

덕산은 남명 조식의 흔적이 짙은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남명이 지은 한시 읽기’를 비롯해 ‘멍때리기 대회’, 5000원으로 장보기, 책갈피 만들기 등을 함께 진행했다.

무엇을 많이 보고 배우기보다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일정에 넣었다. 한 어린이는 시천면 덕천서원 마루에서 진행한 멍때리기 대회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으로 꼽으며 “편안함을 오랫동안 느껴서”라고 이유를 적었다.

아이와 함께 참가한 참가자는 평소에는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었다고 했고, 다른 참가자는 “소규모 사람들이 느리게 보내는 프로그램이라 좋았다”고 했다.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는 대신 전통시장에서 직접 5000원어치 장보는 프로그램도 마을을 경험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실제 5000원으로 살만한 물건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구석구석 시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군내버스 여행길 참가자들이 산청군 시천면 덕천서원 마루에서‘멍때리기’를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군내버스 여행길 참가자들이 산청군 시천면 덕천서원 마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서후 기자

단계마을에서는 ‘레트로 여행’

신등 코스는 신등면 단계마을을 무대로 삼았다. 주제는 ‘레트로 감성으로 단계마을 여행’이다.

단계마을 골목을 걷고 단계초등학교에서 학창 시절 기억을 따라 놀이를 했다. 참가자들은 팥주머니를 직접 만들고 ‘단계초 놀이 한 판’에도 참여했다. 카페에서는 여행자와 지역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 참가자는 팥주머니 만들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골랐다. 한 참가자는 “시골에서 여유로움과 전통을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카페에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 시간을 좋았던 장면으로 꼽았다.

신등면에 있는 여러 장소를 이어 붙이는 대신 단계마을 하나를 천천히 들여다보도록 일정을 짠 점이 특징이다.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무료 군내버스 여행길에서 신등면 단계마을로 가는 버스 차창 밖 풍경. /산청청년모임 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군내버스 여행길 참가자들이 산청군 신등면 단계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와 주민들이 만든 군내버스 여행길 참가자들이 산청군 신등면 단계초등학교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산청청년모임 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여행

이번 여행은 청년들이 개발한 여섯 코스 가운데 세 코스를 실제 여행객과 함께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명의 참가자가 매긴 전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8점이었다. 금서와 덕산 참가자 13명은 모두 5점을 줬고, 신등 코스 참가자 7명은 4~5점으로 평가했다.

후기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말은 유명 관광지나 특별한 체험보다는 ‘걷기’와 ‘버스’, ‘마을’이었다.

송한나 총괄기획자는 “소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관광이 아니라 환경에 해를 덜 주면서 지역 고유의 문화와 자연을 느리게 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만든 여행 안내서에는 이번에 걸어본 세 곳 외에도 산청의 다른 마을을 잇는 코스가 담겨 있다. 누구나 군내버스 시간표를 보고, 버스가 멈추는 곳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산청 군내버스 여행 6개 코스 관련 내용은 산청청년모임 있다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sancheong_itda)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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