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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모든 것은 2002년에 시작됐다”…그때 대한민국은 불탔고 이제 세계가 따라한다

2002년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이 세계를 놀라게 한 지 24년, 월드컵 경기장 안팎의 응원 문화는 하나의 독립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노르웨이의 ‘바이킹 로우’부터 멕시코의 지진계를 울린 함성까지 응원은 이제 경기 결과만큼이나 월드컵을 규정하는 장면이 됐다.

“모든 것은 2002년에 시작됐다”…그때 대한민국은 불탔고 이제 세계가 따라한다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2002 한일월드컵 D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리던 2002년 6월14일, 응원 인파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이 세계를 놀라게 한 지 24년, 월드컵 경기장 안팎의 응원 문화는 하나의 독립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노르웨이의 ‘바이킹 로우’부터 멕시코의 지진계를 울린 함성까지 응원은 이제 경기 결과만큼이나 월드컵을 규정하는 장면이 됐다.

6일 FIFA에 따르면 FIFA 공식 홈페이지는 팬 페스티벌(Fan Festival) 역사 페이지에서 “모든 것이 2002년에 시작됐다(it all began in 2002)”고 명시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에서 팬들이 경기장 밖 공공장소에 자발적으로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함께 경기를 시청하는 현상을 FIFA가 목격했고 이를 2006 독일 월드컵부터 ‘FIFA Fan Fest’라는 공식 프로그램으로 제도화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당시 길거리 응원에 나선 국민은 연인원 약 2000만 명으로 전 국민의 43%에 달했다.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에만 6차례에 걸쳐 800만 명 이상이 운집했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수백만 명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파도처럼 일렁이는 광경은 훌리건 문화에 익숙했던 유럽 언론에 충격을 줬다.

경기가 끝난 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를 청소하고 귀가하는 모습은 응원의 수준을 넘어 시민 의식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 보도됐다. 당시 붉은악마가 촉발한 거리 응원은 이후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까지 이어지며 FIFA 주관 팬 페스티벌 누적 관중 4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24년이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응원 문화는 한층 진화한 모습이다.

이번 대회를 대표하는 장면으로 떠오른 것은 노르웨이의 ‘바이킹 로우(Viking Row)’다. 붉은 셔츠를 입은 수천 명의 노르웨이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아 바이킹이 노를 젓는 동작을 따라 하며 “Ro!(노를 저어라)”를 외치는 응원이다. 드럼 두 대가 리듬을 맞추고 함성이 절정에 이르면 모두가 한꺼번에 일어나 폭발적인 환호를 터뜨린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축구팬 올레 프뢰이스타드가 바이킹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했고 공식 서포터즈 모임 ‘올리에베르게트 서포터클루브’가 현재의 형태로 발전시켰다. 만들어진 지 반년 남짓한 응원법이지만 파급력은 폭발적이다. 엘링 홀란드가 브라질전 승리 후 드럼을 들고 팬들과 함께 바이킹 로우를 이끄는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보스턴 시내, 뉴욕 메츠 경기장은 물론 노르웨이 의회 앞에서까지 시민들이 “Ro!”를 외치며 노 젓는 동작을 따라 했다.

공동 개최국 멕시코의 응원은 아예 물리적 충격을 남겼다.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32강전에서 훌리안 퀴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의 골이 터지자 멕시코 종합위기관리플랫폼(SASSLA)은 경기장 인근 지진계에서 “환호와 집단 함성으로 인한 유의미한 인공 신호”가 감지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계 카메라가 관중의 점프에 맞춰 위아래로 흔들리는 장면은 전 세계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은 이 관중을 “12번째 선수”라고 불렀지만 해발 2,200m 고지대의 희박한 공기까지 더하면 사실상 “13번째 선수”가 함께 뛰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팬들의 열정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32강전을 앞두고 일부 팬들이 에콰도르 선수단 숙소 앞에 몰려가 밤늦게까지 피리를 불고 경적을 울려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2년 한국의 거리 응원이 FIFA 팬 페스티벌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면 2026년의 응원들은 그 제도 위에서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입혀 새로운 장면을 써 내려가고 있다. 바이킹의 노를 젓는 노르웨이, 경기장 자체를 진동시키는 멕시코 모두 그 출발점에는 24년 전 서울 시청 앞을 붉게 물들인 대한민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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