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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명절 옷 대신 관광템으로”…추석에 비친 한복 시장 양극화

“명절이라고 한복 하러 오는 사람 이제 없어요. 특수 같은 건 기대하기 어렵지.

2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3층 한복상가에서 한복점 주인이 직접 만든 색동저고리와 작업 중인 저고리를 보여주고 있다. 최희령 기자

“명절이라고 한복 하러 오는 사람 이제 없어요. 특수 같은 건 기대하기 어렵지. 올해 설날 때도 같았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3층에서 만난 ‘A 한복’ 주인 김모(여·80)씨는 갈색 치마 원단을 만지작거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9시20분, 한복 상가가 위치한 광장시장 3층 복도에는 ‘윙윙’ 거리는 재봉틀 소리만 울렸다. 수선집 4곳과 한복점 5곳만 문을 열었다. 불이 꺼진 점포에는 자물쇠가 잠겨 있거나 ‘임대 구함’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었다.

복도 곳곳을 둘러보던 한 방문객은 “종종 가던 가게가 없어져서 찾는 중이었다”며 “이제 여기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오랜만에 집안 행사가 있어서 방문했을 뿐, 명절에 한복을 입지는 않는다”고 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3층 한복 상가 내 불이 꺼진 점포 유리창에 임대 종이가 붙어 있다. 최희령 기자

재봉틀로 연분홍 저고리를 만들던 양모(여·75세)씨는 “이곳 상가에 위치했던 한복 가게는 대다수 문을 닫았다. 과거와 비교해 절반도 남지 않았다”며 “지난해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 심하다. 종일 나와 있어도 주문 1건이 있을까 말까다. 설에도 상황은 비슷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한복에 대해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거의 없다”며 “우리는 전통 방식대로 옷을 만들고 있지만 기술 전수받을 사람은 갈수록 사라진다”고 전했다.

아래층 원단 상가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 2층 방문객은 천을 만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 가족 뿐이었다.

통로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점주들은 “사람이 너무 없지 않느냐”며 “아무리 명절이라도 갈수록 (장사가) 안 되는데, 작년보다 더 어려운 건 한복집들이나 이곳이나 같다”고 넋두리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 한복 대여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여할 한복을 고르고 있다. 최희령 기자

반면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한복대여소 골목은 활기가 느껴졌다. 한 대여소 내부에는 외국인 관광객 10여명이 저고리와 치마를 고르고 있었다. 다른 지점에도 관광객 5명이 서서 한복을 살피는 중이었다.

골목 맞은편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는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무사복과 두루마기 등 다양한 한복을 가족끼리 나눠 입거나, 같은 색의 치마를 친구와 맞춰 입었다. 금색 자수가 놓인 강렬한 색상의 치마를 입거나, 산호 모양 진주 핀으로 머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여행을 왔다는 인도네시아인 스리(여·31)씨는 “한국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서울에 여행 온 친구들은 한 번씩 한복 체험을 해 보더라. 실제로 입어 보니 색감과 옷의 형태가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금박 자수가 화려한 한복을 입은 미국인 샤론씨와 시드니씨는 “스타일이 우아하고 예쁘다”며 “한국 여행에 대해 검색하니 한복 체험이 뜨더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대여소에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B 대여소에서 중국인 고객을 응대하던 한 직원은 “아직 한복 대여 성수기가 오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라며 “화요일은 고궁 휴무일인데도 사람이 많다. 해마다 방문객이 많은데 특히 작년보다 확실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설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한국인 고객들도 평소보다 더 많이 가게를 방문한다. 다만 명절 때문에 (한복을) 빌리는 것은 아니고 경복궁 근처에서 사진 찍고 즐기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를 거닐고 있다. 남동균 기자

이처럼 체험형 한복의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전통 한복 제작의 명맥을 잇는 상인·장인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복 관련 콘텐츠의 인기가 치솟고 국내에서 한복 진흥을 위한 대책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지만, 오랜 시간 한복 산업을 지킨 상인들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복에 대한 국내 소비 감소와 외국인 중심의 관광 상품화 현상의 간극을 짚었다. 인기를 넘어 전통 한복 산업의 생존·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한복을 잘 찾지 않는 반면 외국인 등 관광객들이 체험에 뛰어드는 현상이 대비된다”며 “국내서는 한복이 외면 받는 현실이다.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한복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전통 한복 산업 내부에 축적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적 차원의 보조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문화는 시간의 흐름에 맞게 적절히 재창조되거나 새롭게 의미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결국 콘텐츠가 일정하더라도 기획력과 아이디어에서 차이가 갈린다. 기존 한복 업종에 종사했던 분들이 가진 손기술과 물리적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정부 등이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최희령 기자 b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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