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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정권 압박에도 식지 않는 내부 반발
물리적 파업보다 무서운 ‘조용한 사직’ 우려
메모리 편중 삼성, 향후 전망 불안 예상도
[아시아타임즈=이하영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강행 시 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 노조가 막히면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가려진 ‘메모리 낙관론’에 취해 비메모리 경쟁력과 내부 결속력을 상실한다면 빅테크의 투자 흐름이 꺾일 수 있는 3년 뒤, 삼성전자는 퇴로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전일(18일) 수원지법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을 결정했다. 안전시설과 보안작업에서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라는 결정이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17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며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이대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중론이다.
반면 제2의 파업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1위 자부심 상실 △사측의 소통 부재 △비메모리 연구를 외면하는 조직 문화 등 해결된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는 해석이다. 성과급 논란으로 전 국민의 '욕받이'가 된 이후, 내부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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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정부와 사측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애사심의 전멸’이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현직 연구원들의 호소에 따르면, 직원들은 물리적인 파업이 막히더라도 업무 효율을 최소화하는 ‘조용한 파업(Quiet Quitting)’으로 대응하겠다는 기류가 역력하다. 일부에서는 “기술 자료를 유출하겠다”는 식의 과격한 발언까지 나올 정도로 사측에 대한 적개심이 깊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분야에 대한 현장의 노골적인 기피 현상이다. 최근 한 현직 박사급 연구원은 “사업부별 성과급 갈라치기로 인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서는 ‘유배지’ 취급을 받고 있다”며 “유망한 연구 아이템이 있어도 해당 부서로 차출될까 봐 자료를 비공개하고 아이템을 스스로 드랍(Drop)하는 실정”이라고 폭로했다.
이 고백은 의미심장하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시너지’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던 삼성전자가 스스로 그 날개를 꺾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이 기술적 도전보다 ‘보신’을 택하게 만드는 근시안적 행정이 삼성의 기술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시기를 놓쳐 주도권을 빼앗겼던 과거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메모리 슈퍼사이클’도 영원하지 않다. 최근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이른바 ‘현금 부자’로 불리던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의 ‘빚투’가 한계에 다다르는 2028~2029년경을 AI 수익성 검증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설상가상 3년 뒤는 글로벌 공장 완공 타이밍도 겹친다. 2026년 현재 짓기 시작한 전 세계의 공장들이 2029년경 한꺼번에 가동을 시작하면, 수요가 공급을 하회하며 가격 폭락 사태가 올 가능성이 자명하다. 삼성전자가 내부 갈등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사이, 3년 뒤 찾아올 거대한 변곡점은 삼성의 명운을 가를 데드라인이 되고 있다.
실제 불과 2년 전인 2024년만 해도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가 감지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024년 10월 14일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라는 특별대담을 개최했다. 이날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삼성 R&D와 관련해 “지금 연구소 사장 제안을 인사팀 부장이 안 듣는다”며 “회사에는 R&D, 생산 같은 핵심 역량 조직이 있고 지원 부서 같은 보조 역량 조직이 있는데 지금은 보조 역량자들이 핵심 역량자들을 포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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