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값 전분기 대비 최대 90% 폭등…원가 압박
노트북·태블릿 제품가 인상…칩플레이션 전방위 확산
소비 심리 위축 불가피…완제품 부문 실적 하방 압력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노트북. 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노트북(PC)을 비롯한 IT 기기 완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의 인상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과 무관하게 제품 가격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소비자 부담 가중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제조사 수익성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칩플레이션 여파에 노트북 최대 90만원 상승
삼성전자의 노트북 갤럭시북6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7일부터 PC와 태블릿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최신형 노트북인 갤럭시북6 시리즈 출고가는 사양별로 출시 일주일 만에 약 17만~88만원 올랐다. 특히 최고 사양 모델인 ‘갤럭시북6 울트라’는 가격 상승폭이 최대 90만원에 달한다.
태블릿 라인업도 예외는 아니다. 갤럭시탭 S10·S11 시리즈는 15만원, 갤럭시탭 FE 모델은 8만원씩 각각 인상됐다.
스마트폰 부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25 엣지와 갤럭시 Z폴드·플립7 시리즈 등의 가격이 9만~19만원 상향 조정됐다.
LG전자 역시 ‘그램’ 일부 모델의 가격을 20만~60만원가량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출시된 2026년형 그램 16인치 모델은 출시가(314만원) 대비 13% 오른 354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통상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프로모션을 통해 체감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처럼 출시 직후 출고가를 대폭 올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D램·낸드 가격 폭등…전분기 대비 50%·90% 올라
LG 그램 프로 AI 2026 제품 이미지. 사진=LG전자
제품 가격 줄인상의 주된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50%, 90% 이상 급등했다.
이러한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은 AI 서버 수요 폭증과 맞물려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PC나 스마트폰용 범용 메모리 공급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용 제품의 생산 여력이 줄어드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LG전자, 수요 위축에 실적 반등 부담 가중
업계에서는 칩플레이션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며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것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스마트폰과 가전 전반의 판매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X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4조7000억원)를 크게 밑도는 3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메모리 사업부가 HBM을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적이다.
LG전자의 TV와 노트북 사업을 전담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본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콘텐츠 및 서비스 사업 확대로 수익 구조 개선 흐름을 보였으나 주력 하드웨어의 가격 인상이 수요 급감을 초래할 경우 실적 반등의 기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최대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부품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제조사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하반기 가전 및 IT 시장의 불확실성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에 칩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소비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판매량 유지와 수익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번 칩플레이션의 여파가 국내 가전 및 IT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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