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선언문은 성과가 아니라 자기 점검으로 시작했다.
창립 30주년 비전선언에는 질문이 먼저 놓였다. 갱신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교만과 욕심에는 눈감지 않았는지, 말과 삶이 하나 되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익숙한 관행과 현실에 안주하며 교단과 세대의 벽을 넘지 못한 건 아닌지. 목회자들은 일제히 “다른 사람과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회개하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창립의 고백을 다시 가슴에 새긴다”고 낭독했다. 교회갱신협의회(대표회장 오정호 목사) 영성수련회가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렸다.
교갱협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오직 주만 바라보나이다’(히 12:2)를 주제로 제31차 영성수련회를 열었다. 교갱협 소속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 대표 행사다. 수련회엔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이 참석했다.
옥한흠(1938~2010) 목사와 함께 1996년 교갱협을 시작한 이근수 서울홍성교회 원로목사는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교단 임원 제비뽑기 제도를 준비하던 시절을 술회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갱신되었는지, 자신이 섬기는 교회와 노회와 교단은 갱신됐는지 돌아보자고 후배 목회자들에게 당부했다.
마지막 날 ‘교회갱신 대토론회’에서도 교갱협 자신을 겨눈 질문들이 나왔다. 1998년 제3차 영성수련회 당시 옥 목사의 진행으로 열렸던 토론회를 28년 만에 되살린 자리였다. 토론회에선 부교역자가 겪는 갈등과 지역·세대 간 격차를 묻는 질문에 이어 교갱협의 정체성과 한계를 따지는 질문도 올라왔다. 오정호 목사는 이날 나온 내용을 부교역자를 위한 프로그램 마련 등 향후 사역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교갱협은 이번 수련회에서 500여쪽 분량의 ‘교갱협 30년사: 목회자를 살리는 성찰과 총회를 향한 거룩한 소망’도 펴냈다.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 장로교 정치제도 개선, 총회 선거문화 쇄신, 총신대 정상화 요구가 30년의 활동으로 정리됐다. 교갱협은 비전선언을 통해 금권과 파벌, 혈연과 지연, 불법과 불공정한 관행을 거부하고 교단이나 총신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외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전선언에는 30년간 교갱협이 다루지 않았던 과제도 포함됐다. 교갱협은 다음세대를 갱신운동의 주변인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갈 주체로 세우겠다며 기회와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했다. 인공지능과 인구구조 변화 앞에서 시대에 끌려가지 않고 창의적 사역을 이어가되 한 영혼을 사랑하고 말씀으로 양육하는 목회의 본질은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도 담겼다.
수련회 중엔 오정호 목사와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이건영 인천제2교회 원로목사, 이권희 신일교회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개회예배에서 말라기 3장을 본문으로 설교한 오정호 목사는 “교회 갱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의 갱신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는 사도행전 11장 안디옥교회를 본문으로 목회자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것이 교회와 교단을 살리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건영 목사는 교회갱신을 “운동이요, 노력이요, 결단이요, 자기희생”이라 설명했다. 이권희 목사는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당부했다.
창립 30주년 비전선언 마지막 문장은 30년 전 첫 문장이기도 했다. “우리의 경험이나 힘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교회 갱신의 목표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목회자가 먼저 썩는 밀알이 되겠다”는 다짐. 1996년 목회자가 먼저 썩는 밀알이 되자던 고백이 30년을 돌아 제자리에 놓였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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