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 파트너
일본에서 방문한 동물병원은 동물원보다 흥미로웠다. 우아한 차림의 한 중년 여성 옆에는 도도한 자태의 푸들이 서 있고, 한 중년 남성이 멘 튼튼한 배낭 안에는 '안전제일'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치와와 두 마리가 번갈아 고개를 내밀었다. 젊은 커플은 새끼 고양이를 사람 아기를 안듯 소중히 품고 있었다. 필자는 반려견과 한·중·일 세 나라를 누비며 산책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세 나라의 인구 변화를 또렷이 보았다. 공통점은 반려동물 수는 늘어나는데 아이 울음소리는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다만 각국이 처한 맥락은 조금씩 다르다.
지금 일본은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이다. 유엔 중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현재 대비 2100년까지 약 36%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 경제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술 인력의 고령화다. 반도체·조선·자동차·정밀기계 등 제조업을 떠받쳐 온 엔지니어들이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있다. 숙련과 노하우의 세대 간 전수가 끊긴다면 산업 경쟁력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상황도 녹록지 않다. 산아 제한 정책이 남긴 후유증은 여전히 크다. 2016년 1700만명을 웃돌던 출생아 수가 작년에는 800만명에도 채 못 미쳤다. 2100년까지 인구가 현재 대비 50% 이상 감소할 가능성도 나온다. 일본과 다른 점은 중국이 선진국 반열에 완전히 진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령화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재정·생산·소비 전반에 걸쳐 훨씬 더 복합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 속도가 문제다.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100명이 두 세대를 거치면 12명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아용보다 강아지용 유모차가 더 많이 팔린다는 소식이 지난해 세계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고령화는 분명 위기지만,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헬스케어, 자산 관리, 취미·레저, 평생학습 산업의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노동력 부족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도입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유인이 된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는 기회다. 중국 500대 민영 기업의 약 80%는 여전히 창업주가 경영 중이며, 상당수가 60세를 넘었다. 승계가 원활하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늘어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에델만 조사에 따르면 자녀 세대가 지금보다 더 잘살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일본이 14%, 한국이 24%로 세계 평균 36%에 크게 못 미쳤다. 우리는 '희망의 위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믿음 없이 아이를 낳기는 힘들다. 어떤 나라가 번영을 꿈꾸면서 인구 감소를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구 구조는 각 국가의 선택의 결과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핵심은 미래에 대한 기대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시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성장 서사가 필요하다.
[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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