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안방서 5-2 완승 ‘첫 金’
이광노가 살리고 배재민이 끝냈다
세 격투 고수의 금빛 라스트댄스
항저우 ‘관우의 힘’ 3년 만에 재현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형님들’이 해냈다. 그것도 격투게임의 본고장 일본에서다. 평균 나이 41.7세. 대한민국 대전격투 대표팀의 베테랑 3인방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한국 e스포츠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막내가 마흔”이라며 웃던 형님들의 ‘라스트댄스’가 금빛으로 완성됐다.
강성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대전격투 결승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5-2로 제압했다. ‘스트리트 파이터6’ 연제길, ‘더 킹 오브 파이터즈XV’ 이광노, ‘철권8’ 배재민이 각자의 주먹으로 하나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첫 주자 연제길이 접전 끝에 1세트를 내줬다. 이광노가 곧바로 승리하며 균형을 맞췄지만, 3세트에 나선 ‘무릎’ 배재민이 패하면서 한국은 다시 1-2로 끌려갔다.
그러나 형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시 출격한 이광노가 두 게임을 연달아 잡아내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배재민이 앞선 패배를 설욕하며 3-2 역전에 성공했다. 6세트에서는 연제길이 승리를 보태 금메달까지 단 한 세트만 남겨뒀다.
마침표는 배재민이 찍었다. 마지막 7세트 첫 게임에서 라운드스코어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그는 두 번째 게임까지 가져오며 일본의 추격을 끝냈다. 1-2로 밀리던 한국이 내리 4세트를 따낸 대역전극. 배재민의 마지막 승리와 함께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이번 우승은 세 선수가 쌓아온 긴 세월이 함께 빚어낸 결과다. 2023 항저우 대회에서는 당시 44세였던 김관우가 ‘스트리트 파이터5’ 정상에 오르며 한국 e스포츠에 금메달을 선물했다. 이번에는 세 종목을 하나로 묶은 국가대항전에서 또 다른 베테랑들이 정상에 섰다.
‘금빛 드라마’는 부산에서 시작됐다. 대표팀은 3주간 합숙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강 감독은 출국 전 “질 생각은 없다. 연승으로 올라가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단 막내가 마흔이다. 우리가 만드는 신명 나는 라스트댄스를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항저우에서의 아쉬움을 씻고 싶었던 연제길은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광노는 “부모님께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30년 넘게 철권과 함께한 배재민에게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 다짐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현실이 됐다. 두 차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이광노, 매치포인트를 만든 연제길, 마지막 승리를 완성한 배재민. 누구 하나 빠질 수 없는 금빛 합작품이었다.
항저우에서는 ‘관우의 힘’이 있었다. 3년 뒤 아이치·나고야에서는 ‘격투 형님들’이 있었다. 일본 안방에서 일본을 넘어선 베테랑들의 라스트댄스. 수십 년간 조이스틱을 놓지 않았던 세 고수가 마침내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올랐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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