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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둘러싸고 신주 발행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기존주주 지분 희석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주 발행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반면, 증권가는 일각에서는 ADR로 인한 주가 희석은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시장 재평가를 위한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으로 자사주 매입이나 기보유 자사주를 활용한 ADR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일 SK하이닉스는 미국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DR 상장 가능성에 대해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 노출될 수 있어 (상장이 결정되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신주 발행을 통한 ADR 상장은 투자자들의 주가 희석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 회장은 "잉여현금흐름이 충분한 상황에서 기존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신주 발행 방식은 반대한다"며 "SK하이닉스가 신주 발행을 근거로 ADR을 추진하는 것은 개정 상법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는 ‘명백히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며 "시급한 것은 거버넌스 리스크를 축소해 주가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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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측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말 기준 약 35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 추정으로 2026~2028년 설비투자 189조원과 수십조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한 후에도 무려 672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ADR 상장 규모가 10조~15조원이라는 점에서 신규 자금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포럼 측의 판단이다.
이 회장은 “신주 발행을 근거로 하는 ADR 상장은 개정 상법의 시험대”라며 "이사들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개정 상법 정신에 따라 신주 발행이 아닌 명백히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6일 시행됐다. 이 법안에 따라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에 의무 소각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분율 2.1%에 해당하는 약 1530만주 규모의 소각키로 결정했다고 지난 1월 28일 공시했다.
이 회장은 “이사들은 보유 현금, 잉여현금흐름, 차입 등 다양한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하며, 최종 결정 후에는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다양한 선택지의 장단점과 결정 이유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증권사 추정에 의하면 SK하이닉스는 2~3배 주가수익비율(PER)에 거래되는 반면, 노무라증권은 전망을 상향해 영업이익 기준 올해 256조원, 내년 365조원을 예상한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SK하이닉스 경영진과 이사회가 힘을 합쳐서 거버넌스 리스크를 축소해 주가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포럼은 SK하이닉스 전체 발행주식수의 10~15%를 취득해 일부는 소각하고, 나머지는 미국에 상장할 것을 권고했다. 이 회장은 "미국에 상장되는 ADR 규모가 200억~300억 달러는 돼야 유동성이 확보되고 상장지수펀드(ETF)들의 편입도 가능하다"며, TSMC 사례를 언급했다.
TSMC는 시가총액 2630조원으로 SK하이닉스의 약 4배 규모이며, 발행주식의 80%는 대만, 나머지 20%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 형태로 상장됐다. TSMC ADR 시총만 530조원, 하루 거래액은 7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거래가 요즘 활발한 하이닉스 일거래액 4조원을 훌쩍 넘는다"며 "10조~15조원 규모의 ADR은 유동성 부족으로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회장은 "증권가에서 ADR 발행 시 마이크론 수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나이브한 착각"이라며, "ADR 상장이 바로 주가 밸류에이션 레벨-업(equity valuation re-rating)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버넌스 개선이 전제돼야 주식 재평가 작업이 이뤄진다"며 "이사회를 그룹 영향력에서 독립시키고 투명성을 제고해 모든 의사 결정을 개정 상법대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 ADR 상장으로 인한 주가 희석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봤다.
김 본부장은 "희석 효과가 제한적인 미국 ADR 상장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접근성을 확대해 한국 본주의 재평가를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빅테크 (GPU, CSP) 업체들의 5년 간 전략적 장기공급계약 (LTA) 요청은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병목 장기화를 의미하는데, 이는 글로벌 메모리 산업이 파운드리형 모델로 구조적 변화로 이어져 향후 SK하이닉스 중장기 밸류에이션의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SK하이닉스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가격 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는 동시에 빅테크 업체들과 인공지능(AI) 메모리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 협력이 가능해 향후 메모리 반도체는 파운드리와 유사한 산업 구조로 진화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파운드리형 모델로 진화가 예상되는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미국 ADR 신주 상장 등으로 리레이팅 본격화가 기대돼 향후 SK하이닉스 재평가는 시간이 아닌 이제 속도의 문제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사진=회사
김 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5% 증가한 177조원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는 170만원을 제시했다.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활용한 ADR 전환이 오히려 애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ADR 전환, ▲미국 격리시장 신주 발행을 통한 ADR 상장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는 상황이나 ADR 신주 발행을 통한 상장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3차 상법 개정안에 부합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ADR이 폭발적 재평가 동력을 입증할 경우, 향후 자사주 매입을 통한 ADR 전환도 언젠가는 추진 가능해질 것"이라며 "해외시장 신주 발행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다양한 사전작업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주주가치 증대 목적에 부합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해외 신주 발행이 발생할 경우, 이론적으로 주당 가치는 희석되며 감소가 불가피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에 따른 현금 유입이 발생하기에 그 금액 또는 그 이상을 오롯이 주주환원에 사용하리라 예상된다"며 "향후 SK하이닉스가 ADR 발행 세부조건을 발표하기 전, 다양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또는 대규모 배당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추가적인 인건비(성과급)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주주에는 특별배당 1500원을 지급키로 했지만, 이는 영업이익의 3.6% 수준에 그친다.
김 연구원은 "반드시 비례할 순 없겠지만, 주주 가치 제고 속도는, 구성원 가치 제고 속도와 유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 관리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에 대한 20% 이상의 지분 유지가 행위요건으로 요구된다. 현재 SK스퀘어는 20.07%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향후 SK하이닉스가 발표한 대로 보유 자사주 2.1%를 소각할 경우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만약 SK 하이닉스가 향후 신주 발행을 통한 ADR 발행량을 점진적으로 늘릴 경우, SK스퀘어는 20% 지분율 유지를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추진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배당 및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 매입, ▲SK하이닉스의 선제적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발행주식수 감소 등으로 두 방안 공히 SK하이닉스 주주에게 긍정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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