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530원 돌파…외국인 3.8조 순매도에 9일째 ‘팔자’
국제유가 100달러 재돌파 속 반도체·자동차 급락…코스닥도 5% 약세
코스피가 중동 전쟁 장기화와 환율 급등 부담에 4% 넘게 밀리며 5050선까지 후퇴했다. 국내 증시는 한 달 새 19% 넘게 빠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4.84포인트(4.26%) 내린 5052.46에 마감했다. 지수는 5143.75에서 약세 출발한 뒤 장 초반 5000선 턱밑까지 밀렸다가 5200선 근처까지 반등했지만, 장 마감으로 갈수록 매물이 다시 늘며 하락 폭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원 오른 1530.1원에 마쳤다. 장중 1536원대까지 오르며 2009년 3월 금융위기 당시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수준을 새로 썼다.
전날 뉴욕 증시는 중동을 둘러싼 종전·확전 전망이 교차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새 정권과의 종전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개방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유전·하르그섬을 파괴하겠다고 경고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2.88달러에 마감해 3년 6개월 만에 100달러를 넘겼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112.78달러까지 올라 에너지 가격 부담을 키웠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은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자 뉴욕보다 더 큰 낙폭으로 반응했다.
수급은 외국인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3조8473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한 달 누적 기준으로는 약 32조원 규모의 순매도가 집계됐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4403억원, 1조249억원을 순매수해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방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600억원 안팎 순매수로 포지션을 일부 조정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나 에너지 공급 구조를 재편할 경우, 아시아 수입국에 새로운 비용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수출 대형주에 매도가 집중됐다. 정보기술 업종 지수는 11.04% 급락했고, 전기전자(-5.70%), 의료정밀(-5.46%) 등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5.16% 떨어져 16만원대로 내려섰고, SK하이닉스는 7.56% 급락하며 80만원대에 마감했다. 최근 D램 현물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AI용 서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반도체주 전반에 매물이 나왔다. 현대차는 5.11% 하락해 시가총액 4위로 밀렸고, LG에너지솔루션(-3.78%), 삼성바이오로직스(-1.70%),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1%) 등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한화오션(1.69%), HMM(0.10%), 에이피알(3.37%) 등 일부 방산·해운·소비 관련주는 강세를 보였다. 생활소비재(0.10%), 음식료담배(0.83%) 업종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코스닥지수는 54.66포인트(4.94%) 내린 1052.39에 마감했다. 지수는 1099.08에서 출발한 뒤 한때 낙폭을 줄이며 1100선 회복을 시도했으나, 장 후반 재차 매도가 늘며 5% 가까운 하락으로 끝났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은 686억원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98억원, 1129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전날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삼천당제약은 29.98% 급락해 하한가에 마감하며 ‘황제주’ 지위를 반납했다. 에코프로(-4.91%), 에코프로비엠(-5.55%), 알테오젠(-3.67%), 레인보우로보틱스(-3.16%) 등 성장주 전반도 약세였다. 반면 펄어비스(2.07%)는 신작 기대에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서진시스템(1.19%), 실리콘투(2.01%) 등은 강세를 보였다. 신규 상장한 리센스메디컬은 장 초반 공모가의 3배를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며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각각 29조7840억원, 11조3130억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에서는 합산 16조2545억원어치가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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