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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련 동화작가
로봇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질문 자체가 창조주의 뜻을 거스른다. 로봇은 쇠로 만든 기계다. 냉정함, 딱딱함, 정확함, 단호함 등의 낱말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로봇이 동심을 입으면 달라진다. '완일이와 완이(박채현/브로콜리숲)'처럼. 책 속의 로봇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실수도 하고 우유부단하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더 사람답다. 사람보다 더 아파하고, 사람보다 먼저 손을 내민다. 마음이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절로 묻게 된다.
책에는 여섯 편의 주옥같은 단편이 실렸다. 전반부 세 편은 로봇이 중심이다. 로봇 강아지 루키가 진짜 강아지 머루를 부러워하고, 아픈 할머니와 머루를 위해 자신에게는 금지된 외출을 감행한다. 로봇의 몸 안에서 자라난 것은 명령어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이다. 사람이 하찮게 여기는 나비를 살려내려고 복제 로봇은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아이들을 대신할 복제 로봇 이야기다. 표제작 '완일이와 완이'는 로봇 형제다. 감동적인 우애가 찌르르한 감동을 선사한다. 쌍둥이의 우애는 남다르다. 자신들이 누군가를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완일이. 완이마저 송박사의 죽은 아들 '완'을 생각하며 만든 로봇임을 알게 된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설정이 조금도 유치하지 않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함께 웃었던 시간이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슬픔도 두려움도 서로 잡은 손의 온기도 그대로다. 서로의 손을 더 힘껏 잡는 장면은 우애의 절정이다. '진짜 인간'과 '가짜 인간'을 가르는 선을 뭉개고 벽을 허문다. 너라면 어쩔 건데? 독자는 쌍둥이 로봇의 난감한 질문을 받게 된다. 완삼이와 완사가 기다려진다.
후반부 세 편을 끌어가는 것은 동물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양념처럼 자리하기도 하지만 따듯함을 나누는 개체로 등장한다. 동물원에 갇혀 사는 침팬지 루디가 주는 용기는 독자에게 상대를 사랑하는 방식을 일깨운다. 사랑은 가둬두고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가진 자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식마저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부모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오, 나의 샘물'에서는 첨단 기술이 생명을 돌본다. 인공지능은 소의 이상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생명을 받아주고 품어 주는 일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생명의 탄생 앞에서 손을 내민 것은 혼자 집을 지키게 된 홍재다. 그 손에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간절함이 담긴 체온으로 샘물을 살려낸 홍재. 대견함을 넘어선 진정한 교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지막 이야기는 감동의 절정이다. 길 잃은 할머니와 고양이, 전단을 돌리는 승재의 만남이 주는 감동이다. 거창한 영웅은 없다.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기계도 없다. 누군가를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은 이렇게 작은 데서 싹튼다.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한 걸음 다가가는 것.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여섯 편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주제는 하나다. 누구의 마음이 더 진짜인가. 로봇이라고 가짜가 아니다. 동물이라고 하찮지 않다. 늙었다고, 어리다고, 힘이 없다고 마음까지 작은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차갑게 느껴지는 순간은 기계가 등장할 때가 아니다. 사람이 다른 존재의 아픔을 보지 못할 때다. 미래의 로봇을 이야기하면서 오늘의 인간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첨단과학은 어느새 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기계는 더 똑똑해지고 사람 대신해 주는 일도 많아졌다. 그런데도 사람은 더 바빠졌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시간이 줄었다. 멀리 있는 사람과는 순식간에 연결되면서도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의 외로움은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다. 진정한 교감은 마음에서 나온다. 로봇에게 감정을 실어주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동화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다르다. 로봇에게도 있는 사랑의 감정을 사람들이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나비 한 마리를 위해 멈출 줄 아는 마음, 다른 존재의 자유를 헤아리는 마음, 두려움에 떠는 생명을 품는 마음, 길 잃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마음이다. 서로의 교감이 전달되는 한 문장에 책갈피를 꽂는 이유다.
'나는 벤치에 누워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쬐고 있어. 꼬마 아이가 창살에 붙어서 날 바라봐. 나도 아이의 눈을 바라봤어. 물끄러미, 물끄러미…' 장세련 동화작가
장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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